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교차 관광에 대한 기대감이 일고 있는 마이스(MICE)·여행업계가 이번에는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주52시간근로제에 울상을 짓고 있다.
1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7월 1일부터 5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 주 52시간제 시행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마이스 업계와 여행업계 등 소규모 인력으로 꾸려진 기업 중심으로 주52시간제 전면 적용이 어렵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초만 해도 관련 업계는 외래 관광객 2000만명을 목표로 잡고 대대적인 한국 알리기에 나섰지만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외래 관광객은 10분의 1 이하로 급감했다.
여행업·관광숙박업, 관광운송업, 면세점, 항공기취급업, 전시업종 등은 특별고용지원 업종에 지정되면서 긴급고용안정지원금으로 겨우 연명했다. 폐업 위기에 내몰린 기업도 상당하다.
올해 들어서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지만 백신 접종 시작에 힘입어 다음 달에는 트래블 버블에 대한 기대감이 생겼다. 그러나 이런 기대감도 주52시간제 영향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다음 달부터 주52시간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관련 업종도 이를 비껴 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진선미 한국PCO협회 사무국장은 “국내에서 국제회의 기획 업체는 코로나19로 대면 회의가 사라지면서 매출 급감과 수익 하락 등 피해를 겪었다”면서 “컨벤션 기획 업무는 팀별로 고객으로부터 업무가 위탁되면 담당 직원이 고객과의 관계를 주도하면서 행사 제안 단계부터 최종 진행 단계까지 업무를 수행, 근로시간으로 업무 성과와 실적을 측정하거나 평가할 수 있는 업무 특성을 띤다”고 설명했다. 일괄적으로 주52시간제를 적용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얘기다.
여행업계 상황은 더 열악하다. 코로나19로 폐업이 줄을 잇고 고용유지지원금으로 버티던 기업들도 주52시간제 시행으로 법을 위반할 소지가 짙다.
이장한 아이엔지여행그룹 대표는 “중소 여행사는 코로나19로 매출이 아예 발생하지 않는 업체가 생기면서 간신히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직원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백신 접종이 마무리되면 트래블 버블 기대감이 있지만 당장 눈앞의 현실은 주52시간제 등 어려움이 쌓여 있다”고 한숨을 지었다.
이 대표는 “여행업은 주로 해외관광객 유치와 여행객을 내보내는 업무 특성상 밤낮을 구분하기 어렵다”면서 “코로나19로 피해가 심한 여행업 등에 대해 주52시간제 적용을 유예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손실보상제가 통과돼 업계의 위기 극복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믿음직한 고용안전망을 만들겠다고 주52시간제를 추진하지만 정작 코로나19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셈이다.
PCO업계 노사관계 컨설팅을 진행하는 박현국 노무법인 U& 공인노무사는 여행업계나 전시컨벤션업계 특성을 반영한 제도가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노무사는 “전시컨벤션·관광업 업무는 프로젝트별로 이뤄지는 업무 특성상 지방자치단체, 해외 기관 등 고객의 특성을 반영해 업무를 하는데 프로젝트에 따라 특정 주에 52시간을 넘어갈 수밖에 없다”면서 “행사기획업도 방송프로그램, 영화제작업,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의 업무와 유사해 재량근로대상 업무로 포함시키는 정책 방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표>주52시간 근무제 시행 현황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