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박물관이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 로봇'을 도입했다.
관람객이 박물관에 직접 오지 않고도 PC나 모바일 원격조종으로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전시를 관람하고 도슨트와 대화도 나눌 수 있다. 텔레프레즌스 로봇이 국내에서 병원, 대학 등에 사용된 적은 있지만 박물관과 미술관에 도입된 건 처음이다.
텔레프레즌스는 '원거리(tele)'와 '참석(presence)' 합성어다. 기존 영상회의를 한단계 더 발전시켰다.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통해 마치 상대방과 직접 마주하고 있는 듯한 경험을 주는 영상회의 시스템이다. 여기에 로봇 기술을 더해 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만든 것이 텔레프레즌스 로봇이다.
관람자는 로봇을 원격조종해 원하는 방향으로 자유자재로 이동시키며 로봇에 설치된 고해상도 카메라를 통해 전시물을 실제로 보는 것처럼 감상할 수 있다. 로봇을 통해 사람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로봇에 설치된 모니터와 스피커, 마이크 등 음향시스템을 통해 도슨트와 대화하고 전시 안내도 받을 수 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우선 박물관에 직접 오기 어려운 환우를 대상으로 텔레프레즌스 로봇을 활용한 원격관람과 역사교육을 시범운영한다.
세암병원 병원학교는 환우 학생을 대상으로 이달 29일부터 10월 12일까지 원격관람 역사교육을 진행한다. 학생들은 로봇을 이용해 상설, 기획 전시실을 관람하고 강사에게 질의 응답하는 등 실제로 박물관에 온 듯한 체험을 하게 된다.
'별명왕 육조거리' '서울역사의 길 종로탐험' '나무인형의 비밀' 세 가지 주제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상설·기획전시와 연계한 교육을 통해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서울 역사와 세계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시범운영 이후에는 박물관 접근이 어려운 환우는 물론 장애인, 도서벽지 학급, 해외거주자, 그리고 일반시민에게도 관람과 맞춤형 교육 서비스를 지원한다. 내년부터는 온라인 교육에 소외된 대상을 발굴해 일대 일 방식으로 텔레프레즌스 로봇을 활용한 전시·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3일에는 시모나 할루포바 체코 흐루딤 인형극박물관장이 '텔레프레즌스 로봇'을 통해 국제교류전 개막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직접 오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로봇을 활용한 원격 회의로 전시 점검부터 개최 축하까지 함께헸다.
배현숙 서울역사박물관장은 “박물관 접근이 어려운 해외거주 외국인, 도서벽지 학급, 환우, 장애인 등에게 원격관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시공간 등 물리적 경계를 초월하는 미래교육의 새로운 대안이 되는 시도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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