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유력해지면서 국내 e커머스 업계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신세계는 e커머스 시장에서 SSG닷컴을 통해 3%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선두권과는 격차가 많게는 10%포인트 넘게 벌어져 있다.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15%의 시장 점유율로 강력한 2위 사업자가 된다. 네이버와 컨소시엄을 연계하면 시장 지배력은 30%까지 올라설 수 있다.
◇사실상 e커머스 업계 1위로 올라서는 신세계
지난해 기준 e커머스 업체 거래액은 네이버가 27조원으로 1위다. 이어 쿠팡 22조원, 이베이코리아가 20조원이다. 이마트의 거래액은 약 4조원이다.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거래액 기준 24조원으로, 쿠팡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서게 된다. 주식을 나눈 네이버와 연계하면 거래액 50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e커머스 연합체가 탄생하는 셈이다.
신세계는 이번 인수를 기반으로 물류·배송 등에 대규모 투자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SSG닷컴과 이베이코리아가 보유한 풀필먼트 노하우를 접목해 그룹 전체로 확대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마트의 구매력을 기반으로 이베이코리아 직매입 비중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전해진다.
신세계는 올해 들어 다양한 인수합병(M&A)에 뛰어들었다. 지난 1월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1352억원에 인수하고 네이버와 2500억원 규모 지분교환 계약을 맺었다. 지난달에는 SSG닷컴을 통해 여성 패션 플랫폼 W컨셉을 인수하며 패션 부문 경쟁력도 강화했다. 4조5000억원 규모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올해에만 6조원인 넘는 돈을 M&A에 쏟아부었다. 또 2조원대로 알려진 음식 배달업체 요기요 인수전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는 쿠팡의 100조원대 기업공개(IPO)에 자극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와 쿠팡 등 e커머스 시장에서 메이저로 올라가지 못하면 선두 사업자에게 잠식되거나 틈새시장을 노려야 하는 처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컸다. 지난해까지 뚜렷한 선두 사업자가 없는 구도에서 올들어 네이버와 쿠팡을 필두로 상위권 구도가 공고해졌다.
◇유형자산 확보…개발자 유치에도 숨통
신세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오픈마켓 플랫폼뿐만 아니라 유무형 자산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도 의미가 크다.
단순히 연간 거래액 13조원 수준의 플랫폼 확보보다 질적으로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최근 개발자 중요성이 커지면서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업체들은 개발자를 잡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양질의 개발자를 한꺼번에 보유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개발자 사관학교로 불리며 e커머스 시장에서 우수 인력을 보유한 업체로 알려져 있다.
이베이코리아가 20여년간 쌓아온 오픈마켓 운영 노하우와 데이터베이스(DB), 1450만명에 달하는 스마일페이 회원과 30만명의 판매자 등을 이마트, SSG닷컴, 신세계백화점과 공유할 수 있다.
성장성이 주춤하기는 하지만 이베이코리아는 e커머스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유지하는 기업이다. 연간 900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창출해 낸다. 이는 신세계의 실적 개선에도 도움을 줄수 있다.
'승자의 저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수금액이 정확히 알려지진 않았지만 최소 4조원대 초중반의 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빠르게 변화하는 e커머스 시장의 흐름에 대응하고 쿠팡 등 업계 강자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추가 투자도 불가피한 만큼 앞으로의 사업 전개에 꼭 긍정적 신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쿠팡의 대응…11번가·티몬·위메프도 변화 필요
쿠팡의 후속 대응도 주목된다. 가장 가파른 성장을 해온 쿠팡이 거대 e커머스 등장에 맞서 추가 투자와 마케팅 강화에 나설 가능성은 크다. 쿠팡은 수도권 이외 지역의 물류 투자를 통해 외형 확대 전략을 지속할 전망이다. 특히 일본·싱가포르 등 해외 사업에서 추가 성장을 꾀할 것으로 점쳐진다.
11번가는 글로벌 강자 아마존과의 비즈니스를 조만간 선보인다. 아마존의 해외 상품을 국내에 판매하면서 SK그룹 차원의 온라인·모바일 유통 강화 전략으로 대응할 것이란 관측이다.
상대적으로 최근 위상이 떨어진 티몬과 위메프도 자기만의 색깔 확보가 필요해졌다. 종합 e커머스 대형 사업자와는 달리 특정 분야나 틈새에서 존재감을 높일 전략을 찾아나갈 것이란 예상이다.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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