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이 고객에게 빌려준 돈이 8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저축은행 사태 이전보다 20조원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2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저축은행 총여신액은 83조895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81조9578억원) 대비 1조9374억원 늘었다.
2000년 1월 18조14억원에 불과했던 저축은행들 여신 규모는 2004년 12월에 30조원, 2008년 4월 50조원을 돌파했다. 이후 2009년 9월에는 처음으로 60조원을 넘어섰다. 저축은행 사태 이전 2011년 1월에는 64조6652억원까지 불어났다.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무분별하게 대출한 일부 저축은행 부실이 불어지는 등 저축은행 사태를 겪으면서 2014년 6월에는 27조5698억원까지 떨어졌다.
저축은행들이 이미지 쇄신과 더불어 개인·기업대출로 포트폴리오를 개편하면서 여신 규모는 꾸준히 상승했다. 2014년 11월 30조원을 돌파한 저축은행 여신 규모는 2016년 7월 40조원, 2017년 10월 50조원, 2019년 4월 60조원을 달성했다.
공격적으로 중금리대출을 확대한 영향이 크다. 최근 중금리대출을 확대하면서 상승이 더 가파르다. 올해 1분기 기준 저축은행이 취급하는 중금리대출 상품만 91개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9개가 늘었다. 실적도 2020년 7월 70조원이던 총여신 규모가 올해 2월 80조원을 넘어섰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 중금리대출 공급액만 8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내 10조원 돌파 가능성도 유력하다. 앞서 저축은행 중금리대출 취급액은 2018년 말 기준 총 1조7974억원이었지만, 2019년 말 5조1517억원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형 저축은행의 경우 한 달에 중금리대출 공급만 적게는 1000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으로 실적이 상당하다”면서 “저축은행 이미지 쇄신 효과, 다양한 상품 취급 등으로 저축은행 중금리대출 규모가 매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수신액도 훌쩍 늘었다. 지난해 4월 68조1534억원이던 저축은행 총수신액은 올해 4월에는 83조7121억원으로 22%가 넘게 늘었다.
고액을 맡기는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의 순초과예금은 9조7000억원으로 1년 전(8조1000억원)보다 1조6000억원 급증했다. 순초과예금은 예금자보호 기준인 5000만원을 넘는 예금을 말한다.
업계는 향후 중금리대출 금리 기준이 19.5%에서 16%로 낮아지면서 저축은행 취급액이 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 기준이 내려가고 저축은행 중금리대출 기준금리가 낮아지는 등 문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면서 “시중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저축은행 중금리대출 취급규모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자료: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