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가전 힛(HIT)스토리]<9>트렌드는 따르지만 철학은 안 버렸다..청호나이스 '자가관리 정수기 셀프'

청호나이스는 물에 대한 철학만큼은 고집스러울 정도로 집요하다. 안전하고 깨끗한 물로만 승부를 본다. 그러다 보니 디자인 등 시장 트렌드에 다소 어둡고 보수적이라는 인식도 뒤따른다.

그 인식을 깬 제품이 바로 '청호 자가관리 정수기 셀프(이하 셀프 정수기)'다. 물에 대한 고집은 버리지 않았지만 시장에 눈을 돌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더 담았다. 철학은 유지하되 유연한 시장 전략을 앞세워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다.

청호 자가관리 정수기 셀프 개발진이 인천 미추홀구 환경기술연구소에서 기념촬영했다. 왼쪽부터 이기환 이사, 임완식 차장, 이주형 부문장, 유장현 차장.
청호 자가관리 정수기 셀프 개발진이 인천 미추홀구 환경기술연구소에서 기념촬영했다. 왼쪽부터 이기환 이사, 임완식 차장, 이주형 부문장, 유장현 차장.

청호나이스 개발진은 올해 1월 출시한 셀프 정수기를 창사 이래 가장 논쟁이 됐던 제품이라고 웃으며 운의 띄웠다. '우리의 철학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시장 흐름을 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이기환 청호나이스 개발담당 이사는 “시장 흐름은 크기가 작은 정수기인데, 그동안 우리 제품은 역삼투압 방식을 이용하다 보니 크기가 컸다”면서 “내부적으로 치열한 논의를 거쳐 흐름에 맞추자는 결론이 났지만 우리 철학을 꺾을 수 없어 차별화된 기술 개발에 몰두했다”고 말했다.

청호나이스가 거의 모든 정수기에 적용한 역삼투압 정수 방식은 멤브레인 필터를 이용해 걸러진 물을 제거수로 즉시 배출해 필터 내부에 찌꺼기가 쌓이지 않는다. 다만 정수기 내부에 물을 보관하는 저수조가 들어가 크기가 크다.

셀프 정수기는 직수형 정수 방식을 택한다. 배출 시스템이 없다보니 저수조가 필요 없어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다만 필터에 찌꺼기가 남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유장현 책임연구원은 “직수 정수기 사업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는 지금도 의견이 엇갈리지만 시장 흐름에 따라 준비는 해야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면서 “셀프 정수기는 역삼투압 방식이라는 우리 철학을 계승하면서 직수형 정수기 장점을 합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개발진은 셀프 정수기 개발과정에서 필터 시스템부터 디자인, 생산까지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했다.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 역시 필터 시스템이다.

임완식 책임연구원은 “우리의 철학을 계승하기 위해 독자 개발한 것이 바로 역세척 살균기능”이라면서 “직수형 정수의 단점인 필터 찌꺼기 생성을 주기적 세척·살균으로 해소했다”고 말했다.

역세척 살균기술은 원수가 필터를 거쳐 정수되는 흐름 역방향으로 살균수가 필터 내부로 유입, 필터나 유로 내부 살균은 물론 작은 미세 이물질 입자까지 세척·배출한다. 기존 살균 기능이 유로와 코크를 중심으로 세척했다면 셀프 정수기는 필터 속까지 살균 세척해 직수 정수기 단점을 완전히 해소했다. 특히 코로나19 영향으로 방문 관리가 부담스러운 사용자에게 알아서 자동으로 세척해 주는 역세척 살균기술은 '정수기 자가관리 시대'를 열어줬다.

디자인도 이전과는 달리 소비자 요구사항을 대폭 반영했다. 가로 16.8㎝의 작은 크기에 소비자 기호에 맞게 냉수 단계, 2단계 정량 취수, 스마트 음성 안내 기능 등을 탑재했다. 심플하면서 깔끔한 화이트톤과 고급스러운 메탈 느낌의 실버 등 세 종류 모델로 출시했다.

가수 임영웅씨가 청호 자가관리 정수기 셀프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청호나이스 제공)
가수 임영웅씨가 청호 자가관리 정수기 셀프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청호나이스 제공)

이주형 부문장은 “최근 가전 디자인 트렌드는 거주공간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가 핵심인데, 조화에 중점을 둔 형태와 색상을 선택했다”면서 “여기에 레진 개발부터 목업, 금형 등도 직접 개발하는 등 그동안 우리가 안 해본 방식으로 디자인을 설계했다”고 말했다.

셀프 정수기는 출시 약 6개월 동안 1만5000대 이상 판매됐다. 청호나이스 역사상 첫 주력 직수 정수기라는 점에서 고무적 결과다.

이 이사는 “우리가 역삼투압 방식만 고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술이 아니라 깨끗한 물을 고수하는 것”이라면서 “더 깨끗한 물을 만드는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는 동시에 소비자 요구에도 더 관심을 기울여 차별화된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