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과 심야 시간에도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법안이 여당 주도로 발의됐다. 그동안 야당에서 유사한 발의는 있었지만 집권여당에서 유통 규제 완화 법안을 내놓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까지 유통 대기업 규제를 고수하던 정책 기조와는 정반대 행보에 업계의 기대감도 높아졌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전국 대형마트를 통해 새벽배송이 가능해진다. 전국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삼아 온라인 사업 강화를 꾀하고 있는 대형마트 입장에선 쿠팡과의 직접적 경쟁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22일 국회에 따르면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에서 정한 대형마트의 심야 영업 제한과 의무휴업 규제 조항에 온라인 배송 판매를 허용하는 단서 조항 신설이 핵심이다. 여당 의원 10명도 이번 개정안에 이름을 올렸다.
구체적으로 유통법 개정안 제12조의2 제5항에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제한에도 불구하고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통신판매업을 신고한 대형마트 또는 준대규모점포는 통신판매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새로 담겼다. 기존에는 대형마트 영업 제한 시간대(0시~오전 10시)에는 온라인 배송까지 제한돼 점포발 새벽배송 자체가 불가능했다.
고용진 의원은 “유통산업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음에도 과거 대규모점포 등에 대한 규제가 불합리하게 존속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등에 이미 소매업에서 보편화돼 있는 온라인 영업마저 제한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역차별에 해당돼 개선이 필요하다”고 법안 취지를 밝혔다.
유통 규제에 대한 여당의 기류 변화에 유통업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해 같은 취지의 유통 규제 완화안을 발의했다. 여야 모두 대형마트에 대한 온라인 영업 규제가 과도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이견이 없는 한 이른 시일 내 국회에서 처리될 공산이 커졌다.
법안이 통과되면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는 전국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삼아 새벽배송을 할 수 있게 된다. 기업형슈퍼마켓(SSM)도 배송 전초기지로 활용된다. 단숨에 전국으로 새벽배송 권역을 넓힐 수 있다.
현재 SSG닷컴과 롯데온은 온라인 전용물류센터가 있는 서울 등 수도권과 부산 일부 권역에서만 새벽배송 서비스가 가능하다. 홈플러스는 첫발조차 떼지 못했다. SSG닷컴은 올 하반기에 충청권까지 대상 지역을 넓힌다는 계획이지만 전국 단위의 물류 인프라 구축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기존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하면 비용과 시간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SSG닷컴은 하루 평균 처리 물량 13만건 가운데 5만건 이상을 이마트 점포 후방 PP(피킹·패킹)센터를 통해 처리하고 있다. 전국 PP센터의 촘촘한 물류망을 앞세워 새벽배송 권역을 넓히면 이미 전국 단위 새벽배송 인프라를 갖춘 쿠팡과의 직접 경쟁도 가능해진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규제가 완화돼 롯데와 신세계의 모든 점포를 새벽배송 거점으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쿠팡 등에 주도권을 내준 먹거리 배송 시장을 단숨에 역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이미 대규모 점포 규제를 받는 대형마트에 온라인 영업까지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이 많다”면서 “여야가 규제 완화에 한목소리를 낸다면 기존과 다른 전향적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짙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