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달라졌다. 국정 운영에 대한 성과는 물론 주요 현안이나 논란에 대해 참모진이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현안에 대해 침묵하던 집권 초기와는 다른 모양새다.
청와대는 올해 초 기업인 출신의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부임 후 소통에 방점을 두고 있다. 유 실장은 참모진에 정책 추진 과정에서 '현장성' '기동성'과 함께 적극적인 '소통'을 주문했다. 기업과도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면서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선 성공적인 마무리를 합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전까지 기업, 특히 대기업과 각을 세우던 것과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국민·언론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이호승 정책실장, 박수현 국민소통수석, 이철희 정무수석이 라디오와 TV 프로그램 등을 통해 주요 현안에 대한 청와대 입장을 알리고 있다.
지난달 28일 3년여 만에 청와대로 다시 돌아온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부임 후 지속적으로 정치·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떠난 14~18일 5일 동안에는 7차례 방송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청와대는) 국민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한국은 사실상 G8로 자리매김' 'G7 정상회의 참석 핵심은 백신외교' 등 국정에 대한 해석부터 한·일 관계 등 현안에 대한 입장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소통하고 있다.
이철희 정무수석은 국내 정치 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입장을 밝히면서 뉴스메이커로 떠올랐다. 이 수석은 지난 4월 16일 부임 당시 “할 말은 하는 참모가 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대통령에게 '할 말을 하는 참모'는 국민과 언론을 상대로 '할 말을 하는' 수석이 되고 있다. '개각'이나 '당청·여야 관계'를 비롯해 대선 주자, 전직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 사면 등 민감한 현안까지 두루 청와대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최근에는 청와대 청년비서관에 대학생인 박성민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임명되면서 논란이 불거지자 곧바로 방송에 출연, “비서관 자격이 충분하다”며 방어하는 모습도 보여 줬다.
이호승 정책실장 또한 라디오 등을 통해 경제성장률, 고용률,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정책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청와대 입장을 정리했다.
청와대 대변인이나 부대변인이 진행하는 공식 브리핑 외 주요 참모들이 입장을 밝히는 정치·시사프로그램 출연은 앞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3일 “문 대통령이 국정 성과에 대해 언론과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현안에 대해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의 일환”이라면서 “앞으로도 주요 참모진이 현안이나 성과에 대해 정부 입장을 적극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청와대의 소통 강화는 정치권에서도 환영받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현 정권 초기는 물론 이전 정권에서도 청와대 주요 참모가 방송에 출연해 의견을 밝히고 정부 입장을 정리한 적은 거의 없었다”면서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차기 정부에선 정권 초기부터 이러한 소통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