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직 끝나지 않은 GIST 총장 사태

김기선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이 결국 이사회에서 해임됐다. 지난 3월 노동조합 중간평가에서 저조한 점수를 기록하고 총장 재임 기간에 2개 연구센터장을 겸직하면서 거액의 연구수당을 따로 받은 사실이 드러나자 전격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번복한 지 100여일 만이다.

김 총장은 이사회의 사의 수용 결정에 불복해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되면서 업무에 일시 복귀했다. 그러나 '총장직을 성실히 수행할 리더십을 상실했다'는 이사회의 해임 결정으로 '해임 1호 총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김 총장이 이사회 해임 결정에 또다시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혀 GIST 사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GIST는 총장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여러 민낯을 드러냈다. 노사는 권리와 권한을 놓고 팽팽하게 맞섰고, 직원과 교수는 커다란 벽이 존재한다는 현실을 맞닥뜨려야 했다. 학생, 직원, 교수 등 3자가 단 한 번도 대화의 장을 마련하지 못하고 서로를 탓하며 비난하기에 바빴다.

무엇보다 리더십과 위기 돌파력을 보여야 할 총장은 모든 사태의 책임을 노조에 떠넘기고 상황 모면에 급급했다. 부총장 3명과 처장단 등 집행부 누구 하나 사태 수습을 위해 나서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심지어 처장과 총장 간 고소 사태까지도 발생했다.

그러다 보니 노사 갈등의 본질은 사라지고 사퇴 진의를 놓고 이사장과 총장이 싸우는 막장극으로 비화하고 말았다. 오죽했으면 한 학생은 게시판에 일련의 과정을 비판하며 '이게 학교냐'고 적었을까.

요즘 우리나라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GIST도 마찬가지다. 학생 모집만 어려운 것이 아니다. 기관 운영, 배출 인력, 성과 측면에서 같은 과학기술특성화대학뿐만 아니라 일반 대학보다도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GIST는 머지않아 차기 총장 인선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우려스러운 것은 벌써 특정 교수 세력이 이사회와 손잡고 다음 총장을 추대할 것이라는 설이 나돈다는 점이다.

GIST는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비전과 실행력, 대학 경영을 책임질 수 있는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물론 모든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는 리더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된다면 못할 일도 아니다. 이번 사태가 학생, 직원, 교수가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