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줌', 대학은 '구글' 유료화...학교 정보화 비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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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현장에서 무료로 이용해 온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가 잇달아 유료로 전환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오는 8월 '줌'에 이어 내년 7월에는 그동안 대학들이 무제한 이용해 온 구글의 메일 저장용량 등에 제한이 걸린다. 글로벌 인터넷 메일 서비스에 대한 학교 현장의 이용 실태 파악과 함께 정보화 전략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7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은 그동안 대학에 무료로 제공해 온 구글 메일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대학 전산망을 담당하는 한국교육전산망협의회 등도 태스크포스(TF) 구성 등 공동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협의회는 대학생 계정 이용 확산 추세나 데이터 이용량 증가 추이를 감안하면 대학별 시기 차만 있을 뿐 구글 메일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든 기관이 이용량 정책 변경에 따른 피해는 불가피하다고 봤다. 학생들의 메일·자료 '엑소더스'(대탈출)나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재정 지출은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무제한 무료라고 선전하며 서비스 가입자를 흡수하다가 시장 지배 후 돈을 요구, 플랫폼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배신감이 매우 클 것”이라면서 “학생·교사·학교 측의 소중한 교육 데이터에 피해가 없도록 교육 현장이 대비해야 하는 것은 물론 정부와 국회도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글은 지난 2019년부터 학교와 대학에 지메일 기반 포토, 드라이브 등 무제한 저장용량을 무료로 제공했다. 그러나 비즈니스 모델을 개편하면서 내년 7월부터는 100테라바이트(TB)까지만 무료 제공을 하기로 했다. 구글이 아직 100TB 이상 저장 용량에 대해 얼마나 어떻게 유료화할지는 확정되지 않아 각 대학은 현황 파악에 나섰다.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실이 서울대와 방통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는 7000TB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는 2019년 7월 자체 메일 계정을 구글로 옮기면서 졸업생을 포함한 구성원에게 무제한 메일 용량을 이용하라고 홍보, 약 7만4000명이 이용하고 있다. 졸업생이 절반이 넘는 62%, 재학생이 34% 등 졸업생·재학생이 이용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서울대는 유료 서비스 이용 시 연간 30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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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대는 약 31페타바이트(PB)를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무제한 용량 제공에 100TB 이상 사용하는 사람도 수십명이며, 개인이 무려 1PB(1024TB) 이상을 사용하는 사례도 파악됐다.

방통대 교육정보화본부 담당자는 “구글의 글로벌 정책이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책 발표 이후 학내 의견을 수렴해서 올해 안에 대응 방안을 찾겠다”라면서 “지나치게 많은 용량을 저장한 사용자에게는 개별적으로 정리를 권고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영상수업이 급증하면서 동영상 등을 드라이브에 공유하는 사례도 폭증했다. 대학 정보화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으면 학내 연구소 자료나 산학협력 프로젝트 등을 구글 드라이브 등에 저장해 놓는 때도 있다. 대학은 비용이나 시스템 합리화 운영 등의 이유로 구글 등 글로벌 서비스로 쉽게 전환했고, 일부 대학은 졸업생까지 학교 메일을 개설하도록 권유했다. 2019년 당시에도 구글의 정책 변경이 우려됐지만 재정문제와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구글 서비스로 전환한 결과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한국교육전산망협의회가 이달 초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에 참여한 106개 대학의 73% 이상이 구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구글이 제한하는 100TB 이상을 사용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1000TB 이상 사용하는 학교는 8.3%였다. 고려대 등 학생 규모가 큰 단위 대학의 이용 용량은 8000TB에 육박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대학의 절반이 넘는 52.8%가 '구글 대체 서비스 발굴 및 대학 공동운영 서비스 개발'을 원했다. 그러나 대용량을 사용하는 학교일수록 이미 많은 인원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대체할 플랫폼을 찾기 어려워 구글과의 협상을 원했다. 대학들은 학생 등 구성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한편 올해 안에 대응 방안을 찾는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현재 국·공립 대학 중심으로 구글 이용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조명희 의원실에선 구글 클래스룸 등 원격수업 등으로 구글 서비스 이용이 급격하게 늘어난 초·중·고등학교 피해를 막기 위한 실태조사를 교육당국에 요청했다. 지방자치단체는 줌 유료화 시기가 7월 말로 다가온 데다 2학기 전면 등교를 앞두고 방역을 강화하는 학교에 실태조사가 부담이 될까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서울대 구글 이용 현황 분석 결과

-사용자 계정:7만4000명

-신분별 사용량:졸업생(62%), 재학생(34%), 기타(4%)

-서비스별 사용량:총 7000TB

드라이브(6,800TB, 95%), 포토(320TB, 5%), 지메일(15TB, 0.2%)

※방통대 구글 클라우드 사용 현황(2021년 6월 15일 기준)

-사용자 계정: 9만4584개 계정

-서비스별 사용량: 총 약 31PB

드라이브(30,933,847,750MB), 포토(496,623,069MB), 지메일(8,049,751MB)

자료: 조명희 의원실, 각대학 정보화지원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