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희망 프로젝트]〈714〉전기차 배터리 '셀·모듈·팩'

최근 일반 도로나 길거리에서 파란색 번호판을 단 전기차가 크게 늘었습니다. 우리나라에 보급된 전기차 수가 16만대를 넘어섰기 때문인데요. 전기차가 늘면서 배터리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 늘고 있습니다. 오늘은 전기차 배터리 시스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보통 배터리라고 통칭하지만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시스템은 '셀' '모듈' '팩'으로 구성됩니다. 각각 기능과 역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Q: 전기차 배터리는 어떤 구조로 돼 있나요?

A: 전기차를 움직이려면 스마트폰 수천배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전기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보통 스마트폰 배터리 용량인 4000mA를 환산하면 에너지의 양은 14.8Wh(4000mAⅹ3.7V(리튬이온배터리 평균 전압)) 정도이고 순수 배터리 전기차(BEV)는 평균 60㎾h정도 수준입니다. 스마트폰과 전기차 배터리량은 무려 4000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그렇다면 전기차 속 배터리는 어떤 형태를 띠고 있을까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것과 같은 배터리 수천개가 들어가는 것일까요. 만약에 전기차를 해체해 본다면 우리는 하나의 커다란 배터리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배터리 '팩(Pack)'이라는 것입니다. 또 이 팩을 열어보면 '모듈(Module)'이 있고 그 속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흔히 '배터리'라고 말하는 '셀(Cell)'이 들어 있습니다. 결국 배터리 제조 관점으로 봤을 때 배터리 '셀'은 두 번 변신을 거쳐 '팩'이 되고 이것이 전기차에 장착되는 것입니다. 셀(Cell)-모듈(Module)-팩(Pack) 순서로 말입니다.

전기차 배터리시스템 구성품.
전기차 배터리시스템 구성품.

Q: 배터리 모듈과 팩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A: 하나씩 살펴보면 배터리라고 하면 보통 배터리 단품 '셀'을 말합니다. 이 수많은 배터리 '셀'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적게는 12개에서 많게는 48개 '셀'을 모아 '모듈'로 만듭니다. 그리고 이 모듈을 모은 것을 '팩'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셀' '모듈' '팩'은 쉽게 배터리를 모으는 단위로 생각하면 됩니다. '셀' '모듈' 개수는 차량 성능 등 사양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렇다면 실제 전기차 BMW 'i3'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i3에는 '셀'이 총 96개 탑재됩니다. '셀' 12개를 하나의 '모듈'로 묶고 8개 '모듈'을 모은 하나의 '팩'으로 완성됩니다. 배터리 기본이 되는 '셀'은 차량 내 제한된 공간에서 안정적이고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단위 부피당(또는 무게당) 높은 용량을 지니게 됩니다. 이것을 부피 당(또는 무게 당) '에너지밀도'라고 합니다. 전기차 배터리 '셀'은 모바일 기기에 비해 훨씬 수명이 길고 주행 중에 전달되는 충격을 견뎌내는 것은 물론 저온과 고온에서도 문제없이 작동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또한 배터리 '모듈'은 배터리 '셀'이 열과 진동 등 외부 충격에서 좀 더 보호될 수 있도록 단단한 프레임으로 돼 있습니다. 여기에 '셀'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을 적용해 모듈로 완성됩니다. 마지막 형태인 배터리 '팩'은 모듈 여러 개를 모아 '모듈'에서 보내온 배터리 '셀' 온도나 전압 등을 관리해 주는 마스터(Master) BMS가 있습니다. 여기에 냉각장치와 각종 제어 시스템 등이 장착됩니다. 안전과 안정적인 성능 구현을 위해서입니다.

Q: 그렇다면 전기차 배터리 용량은 어떻게 산정되나요?

A: 삼성SDI 배터리가 탑재된 BMW i3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BMW 'i3'에는 120Ah 용량 배터리 '셀' 96개가 탑재돼 있습니다. 전기차 에너지 용량으로 환산해 보면 120Ah ⅹ 약 3.7V(리튬이온 배터리 평균전압) ⅹ 96개 = 42.6㎾h입니다. 하지만 실제 차량 사양에는 이보다 적은 37.9㎾h로 표시됩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노트북 등 IT기기든 에너지저장장치(ESS)든 어떤 제품이든 에너지 용량 '안전 마진'을 두게 됩니다.

충·방전시에 열이 발생할 수도 있고 외부 충격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쉽게 말해서 안전 때문에 여유 공간을 두는 것입니다.

전기차 경우는 비상사태나 BMS 오차 등을 만일의 사태를 고려해 배터리 충전율을 80~90%로 운영합니다. 스마트폰 역시 노이즈 관리 등 목적으로 90% 이하로 관리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배터리의 용량이 100이라고 하면 100을 다 쓰지 않고 일부를 남겨두는 구조입니다.

Q: 전기차 배터리 성능은 어떻게 높아질 수 있나요?

A: 많은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고려할 때 가장 큰 요인으로 '1회 충전 주행거리'를 꼽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배터리 제조사들은 같은 부피나 무게에 더 많은 에너지를 넣을 수 있도록 높은 에너지 밀도 '셀'을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셀' 핵심 소재인 양극 니켈 함량을 올리는 '하이니켈(High Ni)' 양극을 개발하고 있고 음극 소재도 기존 흑연에서 실리콘을 추가하거나 함량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에너지 밀도를 올리면 상대적으로 안전성은 취약해지게 되는데요. 안전성을 유지하고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게 배터리 업체 경쟁력이기 때문입니다. BNEF(Bloomberg New Energy Finance)에 따르면 오는 2040년에는 전기차가 전 세계 승용차 시장 58%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렇게 전기차 산업 성장성으로 인해 배터리 '셀'의 지속적인 발전과 더불어 '모듈'과 '팩' 기술 부피를 줄이는 등 함께 향상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셀' 성능에 좀 더 많은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모듈'과 '팩'을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설계하고 부피를 줄이냐까지도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관련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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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메커니즘', 아오야마 모토오 지음, SRM 펴냄.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자동차지만 주유를 하고 운전을 할 뿐, 자동차에 대해 잘 모르고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책은 자동차가 어떻게 작동하며 어떤 부품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그림으로 쉽게 설명한다. 파워 트레인, 엔진, 동력전달장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섀시 메커니즘 다섯 파트로 구성되어 원하는 내용을 쉽게 찾아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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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누가 자동차 산업을 지배하는가', 다나카 미치아키 지음, 한스미디어 펴냄.

자동차 산업 거인들이 현재 자사 모든 운명을 걸고 전기차·자율주행이라는 미래 먹거리에 올인하고 있다. 이 책은 자동차 산업을 둘러싸고 펼치는 거인 대결에 전략·마케팅과 리더십·미션이라는 거시적 틀을 들이밀어 미시적 수준까지 파고 들어가 분석한다. 그리고 기존 산업 틀을 넘어 모든 산업에 충격을 주고 나아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자동차 산업에 대해 명쾌한 청사진을 독자에게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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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