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독점 규제…美 가속도, 韓 공회전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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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빅테크 기업을 겨냥한 규제법안이 하원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지만 해외 빅테크 텃밭인 한국에서는 플랫폼 규율 논의가 기약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아마존, 구글 등 빅테크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이 짙어졌지만 관련 법안들이 국회서 표류하고 있어 적기에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억제하기 위한 '반독점 규제법안 패키지'를 심의했다.

총 6개 법안 패키지 중 3개 법안이 통과됐다. 플랫폼 기업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독점에 대한 견제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빅테크 시장 독식 이후 부작용을 우려하는 공감대가 형성된 게 주효했다.

통과된 법안은 △인수합병시 정부에 내는 수수료 상향 △독점 금지 소송을 기소할 법원을 검찰총장이 선택해 소송을 진행하는 법안 △이용자가 기존 서비스에서 다른 서비스로 이동 시 수집한 이용자 데이터를 공유하는 법안 등이다.

아직 통과되지 않은 '플랫폼 독점 종식 법안'은 강력한 제재 수위를 담고 있어 시장 반발이 크다. 빅테크가 자사 플랫폼을 사용하는 경쟁사에 불이익을 줄 경우 미국 법무부(DOJ)·경쟁당국(연방거래위원회·FTC)이 기업을 분리하거나 해당 사업부를 강제 매각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마존이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자체 제작 상품을 자사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사례가 해당한다.

빅테크 규제에 대한 미국 정부의 태세도 공고해지고 있다. '아마존 저격수'로 유명세를 떨친 리나 칸(32) 전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가 FTC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플랫폼 내 낮은 상품 가격이 소비자에 유리하다'는 지배적 사고를 비틀은 학자다. 특히 아마존이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가격을 낮추고 결과적으로 입점업체나 소비자 모두 플랫폼에 의존할 수 밖에 없어 시장을 독점하게 되는 새로운 행태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빅테크의 시장독식 진행된 이후 전세계 시장구도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빅테크·K-빅테크가 시장 독점 이후 플랫폼 입점사업자 보호 나 소비자 편익을 유지하는 구도를 현재처럼 유지할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이미 국내에서도 아마존, 구글 등 빅테크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이 짙다고 보고 있다.

일례로 11번가와 아마존의 경우 국내 유통시장에서 전선을 강화하면서 해외직구 플랫폼 강자로 '11번가와 아마존 연합군'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국내 이용자는 직구로 아마존 상품을 구매해 왔기 때문에 이번 협력으로 11번가에서 아마존 상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가 시작되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아마존 등 플랫폼 영향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보복 소비 영향으로 해외직구 규모가 성장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국내에서 구글 인앱결제 강제, 페이스북 디지털 광고 관련 불공정행위 등에 따른 우려도 짙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온라인플랫폼 규제 법안, 앱 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막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구글 갑질 방지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국회에서 5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지하는 의원 법안과 충돌하면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국내 한 공정거래법 전문가는 “빅테크가 한국에 진출해서 입점업체 등에 지위를 이용한 갑질을 방지하려면 미국과 같은 규율이 필요하다”며 “다만 온플법 등 관련 안은 법안소위 심의를 받고 있으나 소관부처 줄다리기 해소가 없인 논의 진행이 어려워 보이고 구글 갑질 방지법은 공정거래법과 중복을 해소해야 하는 문제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