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물류·美 여객…현대차 UAM '투 트랙' 가동

R&D 거점 조직 확대…조기 상용화 속도
물류 '수조전지'·여객 '리튬이온' 맞춤 활용
표준 제정 적극 참여…2024년 시제품 공개

현대차 미래모빌리티 비전 티저 이미지
현대차 미래모빌리티 비전 티저 이미지

현대차그룹이 도심항공교통(UAM) 사업 전략을 구체화했다. 한국은 물류 중심, 미국은 여객 운송 중심으로 한 '투 트랙' 전략이다. 전략에 따라 우리나라는 장거리 수송에 유리한 수소연료전지를 핵심으로 쓰고, 미국은 리튬이온계 이차전지를 활용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투 트랙 전략에 맞춰 최근 연구개발(R&D) 거점 조직을 확대하며 UAM 상용화의 조기 실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 UAM 사업본부는 한국과 미국을 합쳐 총 170여명 규모다. 사업본부는 현대차 자동차부문 UAM사업부와 미국에 설립한 '제네시스 에어 모빌리티'로 나뉜다. 사업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출신의 신재원 UAM사업부 사장이 총괄한다.

UAM 시제품은 여객 운송용부터 이르면 오는 2024년에 공개된다. 현대차는 이미 미국에서 진행될 UAM 표준 제정에 적극 참여하는 등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미국 내 UAM 상용화 이후 해당 기체를 한국 규제 상황에 맞춰 순차 도입할 예정이다.

물류 운송용 UAM은 연료와 배터리를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 형태를 거치지 않고, 수소연료전지를 곧장 적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여객 운송에 비해 장거리 수요와 적하 무게가 많이 나가기 때문에 에너지가 큰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하는 것이다. 다만 항공용 수소연료전지 기반의 파워트레인 개발이 필수인 만큼 기성품 배터리를 사용하는 여객 수송용 UAM보다 상용화 시기는 다소 늦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의 UAM 콘셉트 S-A1. 실물모형만 존재하고 아직 개발 중으로 확정된 디자인은 아니다.
현대차의 UAM 콘셉트 S-A1. 실물모형만 존재하고 아직 개발 중으로 확정된 디자인은 아니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3~4년 안에 시제품을 내놓을 예정으로,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필요한 R&D 인력을 계속 충원하고 있다”면서 “잠재적 UAM 이용 수요가 높고 상대적으로 규제 완화와 표준이 빠르게 제정될 미국에선 여객용, 수소연료전지 사업부가 있는 국내에선 물류용에 각각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미국 내 R&D 조직도 강화했다. 규제 대응에 유리한 워싱턴DC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프리몬트와 로스앤젤레스 인근 어바인에 R&D 거점을 마련했다. 폭넓은 지역에서 항공·우주분야의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복수 거점을 뒀다.

한국보다 미국에 인력 쏠림 현상이 있을 수 있지만, 현대차는 비대면 방식 협업 툴을 적극 활용, 공간 제약을 줄일 생각이다.

또 물류 운송과 여객 운송 파워트레인은 수소연료전지, 리튬이온계 이차전지로 서로 다르지만 이들 두 동력원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작해 경제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친환경을 고려, 탄소 배출이 없는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하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한 화물 운송 UAM도 기술적 난제가 있다. 수소연료전지 크기를 줄이면서도 출력을 키워야 하고, 대기도 희박해 시스템 요소 기술 고도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박철완 서정대학 교수는 “현대차가 도심항공 분야 각종 규제와 국가별 수요를 고려해서 미국과 한국 전략을 다르게 접근하는 것은 고민이 엿보인 적절한 선택”이라면서 “검증된 리튬이온 이차전지는 단기 전략, 적하 무게와 장거리 운행에 유리한 수소연료전지를 장기 전략에 각각 둔다면 인력·물류 UAM에 모두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UAM 이착륙장과 관련해선 영국 어반에어포트와 협력하고 있다. 어반에어포트는 올 연말 이착륙장 첫 시연 행사를 갖는다. 현대차가 아직 시제품이 없는 만큼 UAM은 실물모형이 사용될 예정이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