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한 사람이 일주일간 삼키는 미세플라스틱 알갱이는 2000개에 달한다. 무게로 따지면 신용카드 한 장에 해당하는 5g 정도다. 한 달 기준으로는 칫솔 무게와 비슷한 21g, 연간으로는 250g에 이른다. 주요 경로는 물(1769개)을 비롯해 갑각류(182개), 소금(11개), 맥주(10개) 등이다.
미세플라스틱은 통상 5mm 미만의 플라스틱 알갱이를 말한다. 플라스틱이 마모되거나 태양광 분해 등에 의해 잘게 부서지며 생성된다. 자신이 모르는 사이 체내에 꾸준히 축적될 가능성이 큰데다 부작용 또한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에 위험성 또한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체내에 흡수돼 소화관을 손상시키거나 혼합된 화학물질이 체내에 흡수, 농축돼 내분비계를 교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지만, 더 무서운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이미 미세플라스틱 위험에 노출됐다.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진은 2018년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인천·경기 해안의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세계에서 2번째, 낙동강 하류는 3번째로 높다고 분석한 바 있다. 벨기에와 스웨덴, 네덜란드 환경학자가 참여한 공동연구팀은 지난해 12월 국제학술지 '환경오염'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서해가 지중해와 함께 미세플라스틱 오염에 가장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플라스틱 소비량이 많고 공업이 발달한 우리나라의 특징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청정 해역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재 플라스틱 소비 추세를 억제하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 다수 주변 해역의 미세플라스틱 오염도가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우리나라 연안과 바깥 해역(외해역) 미세플라스틱 농도를 처음으로 측정한 결과를 발표했다. 해수부는 2015년부터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을 통해 총 120개 해양 지점에서 미세플라스틱 오염 수준을 연구하고 환경위해성을 평가했다. 이미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심각한 인천 등 지역은 제외됐다.
그 결과 바닷물에 가장 많이 분포하는 미세플라스틱 입자의 크기가 20∼300㎛이고 모양, 국내외 미세플라스틱 독성 자료 등을 고려해 해양생물에 영향을 주지 않는 기준 수치인 '무영향예측농도'를 12n/ℓ로 도출했다. 1ℓ당 미세플라스틱 입자의 개수가 12개 이하면 바다 생물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의미다. 시료를 채취한 연안 96개, 외해역 22개 등 118개 정점에서는 바닷물 속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모두 무영향예측농도 이하로 측정됐다.
해수부는 조사 해역이 아직은 미세플라스틱으로부터 안전하지만 현 플라스틱 소비 추세가 이어지면 2066년 바닷물 속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무영향예측농도를 초과하는 지역이 전체 연안의 1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100년에는 전체 연안의 82%, 외해의 22%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소비 저감, 대체 물질 개발, 미세플라스틱 분해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를 강화하고 해양 위해성 평가 기준과 미세플라스틱 측정·분석 방법을 표준화하기 위한 연구 성과 논의도 활발하게 전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준우 안전성평가연구소 환경위해성연구부장은 “코로나19라는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플라스틱 소비 저감에 대한 공감대가 약화된 것이 사실”이라면서 “펜더믹 종식 이후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고 미세플라스틱 관련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논의가 다시 힘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부장은 “해양 환경에 맞는 생분해성 대체 플라스틱과 미생물을 활용한 미세플라스틱 포집· 분해 기술 개발 등이 진행 중이지만 난도가 높다”면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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