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계산 오류로 10개 기관 종합등급과 13개 기관의 성과급 산정 관련 등급이 뒤바뀌었다.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평가오류 사태에 여론비판이 거세지자 평가단 책임자를 해촉하고, 검증단 설치 등 후속조치를 강구하기로 했다. 다만, '꼬리자르기', '사후약방문'식으로 책임을 면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25일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서 경영평가 결과상 오류를 수정해 의결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이번 평가 오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이 사회적 가치 지표 관련 평가배점을 잘못 적용하고 평가점수 입력을 누락하면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일환 기재부 2차관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신뢰가 크게 훼손된 점에 대해 경영평가를 총괄하는 기관으로서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도입된 1984년(공기업 기준, 정부 산하기관은 2004년부터) 이래 계산이 잘못돼 평가 종합등급을 대대적으로 번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정 결과 준정부기관 5개와 강소형 5개의 종합등급이 바뀌었다. 종합등급은 S(탁월), A(우수), B(양호), C(보통), D(미흡), E(아주미흡) 등 6단계로 나뉜다.
한국가스안전공사(D→C), 한국산업인력공단(D→C), 한국연구재단(B→A), 한국기상산업기술원(D→C), 한국보육진흥원(E→D) 등은 등급이 한 단계씩 올랐다.
반면 공무원연금공단(B→C), 국민건강보험공단(A→B),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B→C),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B→C), 한국과학창의재단(C→D)은 등급이 한 단계씩 내렸다.
전체 131개 평가대상기관 중 양호(B) 기관은 52개에서 49개로 줄고 보통(C) 기관은 35개에서 40개로 늘었다. 미흡(D) 기관은 18개에서 17개로, 아주 미흡(E) 기관은 3개에서 2개로 각각 1개씩 감소했다.
13개 기관은 종합등급은 바뀌지 않았으나 성과급 산정에 영향을 미치는 범주별 등급(경영관리, 주요사업) 등이 수정됐다. 종합등급이 바뀐 10개 기관, 범주별 등급이 바뀐 13개 기관 등 총 23개 기관은 성과급 액수가 달라질 전망이다.
게다가 경영평가 결과가 수정되면서 기관별 후속조치도 변동이 생겼다.
기재부는 D·E 등급 기관 중 재임 기간이 6개월 이상인 기관장에 대해 경고 조치를 할 방침이었으나 한국기상산업기술원은 종합등급이 D에서 C로 조정돼 실적부진기관에서 제외되면서 기관장 경고 조치도 받지 않게 됐다.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기상산업기술원은 종합등급이 D에서 C로 오르면서 경영개선 계획 제출, 내년도 경상경비 삭감 대상에서 빠졌다.
반면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종합등급이 C에서 D로 내려가면서 경영개선 계획 제출, 경상경비 삭감 대상에 추가됐다.
다만 정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을 피하게 됐다. 평가단이 기관 평가에 대한 전권을 가지고 독립적으로 시행하고 있어 이번 사태를 사전에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공기관 운영 컨트롤타원인 기재부가 '꼬리 자르기'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준정부기관 평가단을 이끌었던 최현선 평가단장과 담당 간사, 평가위원을 해촉할 계획이다. 또 오류 발생 관련 평가단 관계자는 경영평가위원 위촉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 평가단 내부에 평가검증단을 신설하고, 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등 외부 기관의 검증·관리 장치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