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주행거리가 41만km 이상 달린 전기차가 국내 처음 등장했다. 배터리 교체 없이 4년째 운행 중이다. 제작사 배터리 보증 기간이 8년/16만km인 점을 고려하면 이보다 3배가량 더 운행했다. 전기차 수명이 일반 내연기관차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이 입증된 사례다. 수명이 짧은 고가의 부품(배터리) 탓에 전기차 잔존가치가 내연기관차보다 떨어진다는 기존 인식이 점차 사라질 전망이다.
28일 전자신문이 만난 경남 창원시 송모씨 한국지엠 전기차 '볼트(Bolt)'의 누적 주행거리가 41만3267㎞로 확인됐다. 지난 2017년 5월에 구입한 볼트 '디럭스' 트림으로 4년 1개월 만에 41만㎞를 넘어섰다.
해당 차량은 LG에너지솔루션의 리튬이온 파우치셀(용량 60.9kWh)을 장착했다. 환경부가 인증한 한 번 주행에 따른 운행 거리는 383㎞다. 그러나 이 차량은 올해 6월 기준 완전 충전 시 계기판에 표시된 주행 가능 거리는 '430~440㎞'로 차량 구입 당시 480~490㎞이던 것과 비교하면 배터리 건강상태(SOH)가 10%도 줄어들지 않은 셈이다.
송씨에 따르면 지난 4년 동안 배터리는 물론 브레이크 패드도 교환한 적이 없고 부품 교체를 위해 수리를 맡긴 건 계기판 전구 교환과 타이어 교체 세 차례가 전부다.
송씨는 “지금까지 계기판 전구 교환과 타이어 교환 말고는 배터리나 브레이크 패드 등 부품을 교환하지 않았고 고장난 일이 없었다”며 “41만㎞ 주행에도 멀쩡하기 때문에 폐차 시점은 50만㎞ 이상까지 타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전기차 주행 내구성이 일반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지난 2013년 국내 전기차 판매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차량 제작사나 배터리 업계에서도 주행 거리 한계치를 경험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전기차 배터리는 수명이 오래 가지 못한다는 인식 개선은 물론 중고차 잔존가치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리튬이온 배터리 특성상 사용 시간에 따라 잔존 용량이 떨어지지만 차량 제작사 배터리 안전 마진 등 제어기술이 수명 연장에 크게 기여했다”며 “이 사례는 앞으로 내연기관차와 배터리 전기차의 수명이 동일 선상에서 평가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자신문은 해당 차량에 대한 배터리 충·방전 효율 등의 성능 분석을 공인기관에 의뢰, 좀 더 세밀한 데이터를 분석할 예정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