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순혈주의 타파에 빠른 의사 결정...'확 젊어진' LG 기업 문화

LG그룹은 전통적 기업 문화를 탈피해 역동적이고 의사 결정이 빠른 조직으로 변모하고 있다. '순혈주의'를 강조한 과거 관행을 탈피하고 외부 인재 영입에도 적극적이다. 직급 체계를 간소화하고 복장 자율화를 실시하는 등 '40대 젊은 총수' 의지가 담긴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기업 문화 확산도 눈에 띈다.

지난 3년간 LG는 그룹 차원의 회의체나 모임을 간소화하거나 온라인화 했다. 보고나 회의 문화도 개선했다. 매 분기마다 400여명이 오프라인 현장에서 모여 진행했던 임원세미나도 100명 미만으로 줄였다. 필수 참석이 아닌 자유로운 참석 분위기로 전환하고 이름도 'LG포럼'으로 바꿨다.

LG트윈타워
LG트윈타워

LG는 당장 성과를 보이지 않아도 임직원의 새로운 시도나 의미 있는 도전을 응원하는 '실천' 문화도 확산하고 있다. LG 주요 계열사들은 사내외 벤처 등에 임직원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임직원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에 기반을 둔 '애자일' 조직 운영을 확대하고 신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가 선보인 수제 맥주 제조기 'LG홈브루', 출시를 앞두고 있는 가정용 식물 재배기 등이 이런 문화에서 탄생한 결과물이다.

LG그룹은 수십년 간 이어온 '순혈주의'도 탈피했다. LG화학은 1947년 창립 이래 역사상 첫 외부 출신 최고경영자(CEO)로 신학철 3M 부회장을 선임했다.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 글로벌사업추진담당으로 허성우 BP코리아 대표, LG화학 엔지니어링소재사업부장(전무)로 김 스티븐 헨켈코리아 대표를 선임하는 등 LG는 3년간 총 50여명의 임원급 외부 인재를 영입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구글 AI 연구조직 '구글 브레인' 출신 이홍락 미시건대 교수를 LG AI연구원 CSAI(Chief Scientist of AI)로, 캐나다 이동통신사 1위 벨 출신 AI 전문가 케빈 페레이라 박사를 토론토 AI 연구소장 스카우트하기도 했다.

복장 자율화도 눈에 띄는 LG의 변화다.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는 '등산복'을 입고 출근하는 직원들도 자주 목격된다.

LG는 하절기 복장을 안내하며 반바지까지도 허용했다. 편한 옷차림으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유연하고 스마트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직급 체계도 사원, 선임, 책임으로 간소화해 보다 유연한 조직 문화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