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도는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2024년이나 입주 가능

부산 에코델타시범도시 차순위 협상대상자와 협상
기존 우선협상대상자는 가처분 소송
출발부터 곳곳에서 암초…4년 내내 수정과 지연 반복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 관점서 '생태계 구축' 초점 맞춰야

김부겸 국무총리가 25일 부산 국가시범도시 에코시티전망대를 방문해 스마트빌리지 적용기술을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부겸 국무총리가 25일 부산 국가시범도시 에코시티전망대를 방문해 스마트빌리지 적용기술을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동력 사업인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가 암초를 만났다. 정책 발표 당시에는 올해 말 입주가 목표였지만 4년 내내 수정을 거듭하면서 빨라도 2024년에야 입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와 업계에 따르면 한국수자원공사는 부산 국가시범도시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위한 협상대상자를 교체하고 협상에 들어갔지만 기존 우선협상대상자가 가처분 소송을 냈다. 이에 따라 법원 판결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생기면서 신속한 사업 진행에 제동이 걸렸다.

부산 국가시범도시는 민간사업자 선정 절차부터 우여곡절을 겪었다. 의향서를 낸 기업 두 곳이 컨소시엄을 결성하면서 재공고를 내고, 단독입찰로 재입찰을 거친 끝에 한화에너지를 대표로 하는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4월 우선협상대상자와의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서 법률검토를 거쳐 5월이 되어서야 차순위 협상 대상자와 협상을 시작했다. 협상 기간을 고려하면 SPC 연내 출범은 어려워졌다. 기존 우선협상대상자로 참여한 기업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취소 당한 데 대해 반발,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결과는 이르면 다음 달 나올 예정이다. 가처분 소송과 관계없이 협상은 진행되고 있지만 가처분이 받아들여진다면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는 백지 상태에서 각종 혁신 기술을 모두 적용해 가장 이상적인 스마트시티를 만들기 위해 추진된 사업이다. 최대한 빨리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2018년 1월 택지 개발이 끝난 상태의 부지인 세종 연동면과 부산 에코델타시티 일부를 대상 지역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애초 목표와 다르게 시행계획 단계에서부터 논란이 일기 시작, 민간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세종시는 2018년 7월 해당 지역에서 공유차만 다니도록 하겠다는 기본구상을 발표했지만 현실과 동떨어져 '혁신'만 강조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해 8월에는 부산시 총괄계획(MP) 책임자가 선임 4개월 만에 사임했다. 그러면서 2021년 입주 목표가 2022년으로 늦춰졌지만 SPC 설립 과정이 순탄치 않아 빨라도 2022년 입주자를 모집, 2024년에야 입주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최대 혁신성장 동력 사업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지만 사업 성격이 모호해 추진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상과 현실이 부딪친 셈이다. 백지 상태에서 혁신 기술로 완성하는 사업 성격으로는 국가 연구개발(R&D)사업에 적합하지만 실제 시민들의 투자로 도시를 건설하려니 현실적인 요소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시민이 분양을 받아 입주하는 도시로 구상하다 보니 혁신성 부여에 한계가 생긴 셈이다. 민간 사업자가 15년 동안 지속적으로 서비스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모델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 역시 불투명한 것으로 지적된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