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합병 기한 연장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사진= 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사진= 현대중공업 제공]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마무리 시점인 '현물출자 투자계약 기한'을 추가 연장키로 가닥을 잡았다. 유럽연합(EU) 등이 양사 합병 기업결합 심사를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연기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피인수 측인 대우조선해양 근로자들과 지역 사회 등은 합병에 반대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29일 정부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관련 현물출자 투자계약 기한을 추가로 연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산업은행은 2019년 현대중공업을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보자로 확정하고, 현물출자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량 약 5970만주를 현대중공업에 현물출자하는 대신 현대중공업그룹 조선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으로부터 상환전환우선주 1조2500억원어치와 보통주 600만9570주를 받는 것이 골자다.

산업은행이 현물출자 투자계약 기한을 연장한 것은 이번까지 총 세 차례다.

산업은행은 이번 기한을 올해 말이나 내년 상반기까지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 선행 절차인 양사 합병 기업결합 심사가 그쯤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각국 기업결합 심사는 현재진행형이다. 기업결합 승인 대상국 6개국 가운데 3개국이 아직 심사를 종결하지 못했다. 유럽연합(EU)와 일본, 우리나라다. 특히 EU와 일본은 코로나19 확산과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 등을 이유로 심사를 지연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양사 기업결합 심사가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면서 “이미 두 차례 (현물출자 투자계약을) 연장해봤기 때문에 이번에도 안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추가 기한 연장을 통해 양사 합병을 관철하겠다는 얘기다.

다만 대우조선해양 매각 측인 산업은행 등 정부 입장과 반대로 피인수 측은 합병에 반대하고 있다. 앞서 이달 중순 대우조선지회는 양사 합병을 현대중공업에 주는 특혜로 규정하고, 이에 반대하는 거제시민 11만명 서명을 받아 청와대에 전달했다. 또 경남지역 18개 시·군 지자체장은 대우조선 매각 철회 및 원점 재검토 촉구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양측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에서도 양사 합병 반대 움직임이 있다. 앞서 작년 EU 집행위원회는 현대중공업 측에 보낸 합병 검토의견서에서 “양사 합병 시 한국 가스선 세계 점유율이 60%를 상회할 것”이라면서 “액화천연가스(LNG)선 시장경쟁 제한 가능성을 해소할 방법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LNG선은 국내 조선사들 주력 선종 가운데 하나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