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동침' 택한 롯데·홈플러스…G마켓에 남는다

G마켓 당일배송관 서비스. 홈플러스, 롯데슈퍼, GS프레시가 입점해 있다.
G마켓 당일배송관 서비스. 홈플러스, 롯데슈퍼, GS프레시가 입점해 있다.

G마켓에 입점한 롯데와 홈플러스가 이마트의 이베이 인수와 무관하게 서비스 제휴를 이어 가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경쟁사 채널에 종속된다는 점에서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해졌지만 당장 실보다는 득이 크다는 판단을 내렸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G마켓 당일배송관에 입점해 있는 롯데슈퍼·홈플러스·GS프레시 3곳 모두 G마켓 운영 법인이 이마트로 변경되더라도 서비스를 지속하기로 했다. 롯데슈퍼와 홈플러스는 유통업 전반에서 이마트와 직접적 경쟁을 펼치는 관계다.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의 새 주인이 되면서 이들 제휴사는 난처한 입장에 놓였다.

홈플러스 등 내부 일각에선 G마켓과 서비스 제휴를 유지할 경우 자칫 경쟁사인 이마트에 판매 전략과 데이터가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논의 끝에 플랫폼 제휴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의 입점은 당일 배송 서비스의 신규 고객 유입이 원래 목적이기 때문에 이마트 지분 인수와 무관하게 제휴 계약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과 GS리테일 역시 다양한 채널 접점을 늘리려는 취지인 만큼 이마트로 법인을 변경한 후에도 제휴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2015년부터 G마켓과 옥션에 입점해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회원 대상으로 홈플러스에서 취급하는 신선식품과 생필품을 근처 점포에서 즉시 배송해 준다. 유의미한 성과가 나오면서 2018년부터는 롯데슈퍼와 GS프레시도 G마켓 당일배송관에 입점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이베이코리아 본사<사진=연합>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이베이코리아 본사<사진=연합>

이들 업체는 G마켓 주인이 이마트로 바뀌더라도 판매 데이터 등과 같은 유통전략의 노출 우려는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당일배송관을 꾸리긴 했지만 오픈마켓 입점사 형태인 만큼 지금도 이베이코리아 측에 판매 정보를 별도로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롯데슈퍼와 홈플러스는 경쟁사 채널에 입점해 있긴 하지만 자사 회원과 이베이코리아 스마일클럽 회원 간 연동 계약은 진행하지 않는 만큼 고객 데이터의 유출도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대로 이베이코리아가 배송을 위한 최소 정보를 입점 업체에 제공하고 있다.

키를 쥔 것은 이마트다. 경쟁업체에 서비스 계좌를 내준다는 점에서 내부적으로 득실 관계를 따져볼 수밖에 없다. 다만 인수 후에도 SSG닷컴과는 별도 플랫폼으로 운영되는 G마켓의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핵심 서비스 축소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렇다고 G마켓에 이마트몰이 입점하면 SSG닷컴과 자기잠식효과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이베이코리아 입장에서 홈플러스·롯데슈퍼와의 제휴는 부족한 신선식품 구색을 보완하기 위한 자구책이었다. 또 G마켓 당일배송관을 통해 확보한 고객 결제 데이터를 e커머스 사업 구상에 활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와의 제휴 계약은 갱신을 통해 이어 온 만큼 법인이 바뀌면 새로운 계약이 필요하다”면서 “이마트 측이 별도의 요구를 하지 않는 이상 기존 계약과는 변동 사항 없이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