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 이사회, 총장 해임해놓고 후속대책은 나몰라라?

김 전 총장 제기한 가처분신청 결과 이후로 후임 총장 선임절차 미뤄
지스트 구성원들 “이사회가 혼란 부추겨…하루빨리 후속일정 들어가야”

광주과학기술원(GIST) 이사회(이사장 임수경)가 김기선 전 총장을 해임시켜놓고도 후임 총장 선임절차에 들어가지 않아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지스트 이사회는 지난 22일 열린 이사회에서 김 전 총장 해임안을 의결했지만 차기 총장 선임절차는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신 이사회는 그 자리에서 김 전 총장이 해임안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법원판단을 지켜본 뒤 후속 일정에 들어가겠다고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GIST 마크.
GIST 마크.

임수경 이사장은 후임 총장 선임 절차 등을 묻는 질문에 “좋은 분을 모시기 위해 준비가 필요하다”며 “철저히 준비되면 총장추천위원회를 시작한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그러면서 이사회 의결사항이나 내용과 관련한 취재에 대해 해당 부서에 함구령까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진이 김 전 총장 해임사유를 비롯 김 전 총장이 제기한 가처분신청에 대한 이사회 입장이나 대응 방침, 총장공백사태 최소화와 정상화 대책, 차기 총장 선임 절차와 계획 등을 임 이사장에게 물었지만 임 이사장은 홍보팀을 통해 답변하겠다고 알려왔다. 결국 홍보팀은 “이사장님이 담당부서에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했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GIST 내부에서는 김 전 총장이 해임안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것에 상관없이 이사회는 본연의 임무인 후임 총장 선임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근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김 전 총장이 또 다시 총장직에 복귀해 '한 지붕 두 총장' 상황이 되더라도 훗날 다시 법원 판단에 맡기면 된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이사회가 김 전 총장에 대한 해임안을 의결해놓고도 후임 총장 선임 절차에 착수하지 않는 것은 여러 해석과 오해를 낳기에 충분하다”면서 “이사회가 김 전 총장 사의를 수용했지만 김 전 총장이 복귀한 것을 염두에 두고 이번 해임안 의결에 자신이 없거나 소심하게 행동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사회가 김 전 총장의 해임안이 정당하다고 판단해 결정했으면 하루라도 빨리 후임 총장 선임 절차에 들어가야 5개월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학교 혼란을 최소화하고 정상화로 가는 길 아니겠느냐”면서 “학교 구성원들이 대립하고, 총장과 이사장이 대립하는 모습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답답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임수경 이사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3차례 이상 GIST를 방문해 부총장을 비롯 보직교수 등을 만나면서도 사실상 직원 대표성을 띤 노동조합 관계자와는 한번도 만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임 이사장이 학생과 직원, 교수 등 구성원간 소통과 화합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노조를 외면하는 사고관으로 겉과 속이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GIST 관리감독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또한 아직까지 GIST 사태에 어떠한 입장도 내놓고 있지 않다.

GIST 직원은 “이사장과 이사는 학교 정상화를 위해 지원하는 역할에 충실해야하는 데 마치 학교 최고 높은 자리에 있는 군림자처럼 느껴진다”면서 “이사회나 과기정통부가 차기 총장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앉히려는 의심에서 벗어나려면 하루라도 빨리 공정하고 투명하게 유능한 차기 총장 선임 절차에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