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가상자산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가 트래블룰 대응을 위한 조인트벤처(JV) 설립을 결정한 가운데, 이를 지원사격한 한국블록체인협회 처신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4대 거래소의 JV 설립 발표를 기점으로 나머지 회원사 가상자산거래소들의 협회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확보한 가상자산거래소 16개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협회가 향후 '카르텔'로 작용할 수 있는 4대 거래소 연합에 힘을 실어주는 등 균형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9일 4대 거래소 대표는 한국블록체인협회에 모여 트래블룰 대응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 업무협약(MOU)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는 오갑수 한국블록체인협회장을 비롯해 협회 주요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지난 2018년 금융당국이 실명계좌 발급을 제한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3년여 동안 신규 실명확인계좌 확보가 사실상 중단됐다. 이 때문에 가상자산 업계는 선제적으로 실명확인계좌를 확보한 4개 거래소가 운영 역량 등과 무관하게 과도한 특혜를 입고 있다는 점을 지속 지적해 왔다.
일각에서는 4개 거래소의 JV 설립이 오는 9월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수리 마감을 앞두고 우월적 지위를 강조하기 위한 '굳히기'에 들어갔다고 보기도 한다.
이들이 공동으로 대응한 것은 지난 2019년 이상거래 의심 지갑주소 정보(블랙리스트) 등을 상호 공유하는 정보공유시스템 구축 이후 2년 반 만에 처음이다. 코인원의 경우 지속적으로 '3대 거래소' 표현을 강조하는 등 최근 4개 거래소 간에도 견제가 치열했지만 신고수리 마감 기일이 촉박해짐에 따라 연합전선을 편 것이라는 해석이다.
트래블룰은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가상자산 전송 시 송·수신자 정보를 모두 수집해야 하는 업무를 거래소에 부여한 의무다. 이는 은행 실명계좌확보 여부와 무관하기 때문에 어떤 거래소든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블록체인협회는 협회 차원에서 MOU 협약식을 진행하면서도 이에 대한 내용을 다른 회원사에 제안하거나 공유하지 않았다. 모든 회원사에 회비를 받는 협회가 4대 대형 거래소 입장 대변에만 충실, 균형 있는 역할을 외면했다는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트래블룰 공동 대응 움직임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우리 역시 참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것”이라며 “이번 JV 설립은 4대 거래소라는 프레임을 공고히 해 카르텔을 구축하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거래소 역시 “협회비는 사전 논의 없이 매년 증액하면서, 협회가 회비를 많이 납부하는 일부 회원사의 별동대처럼 움직이는 행태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차라리 신고수리 심사 과정에서 각 거래소 역량을 모두 투명하게 공개해 4대 거래소라는 낡은 개념을 타파할 필요가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트래블룰' 대응 JV 설립 추진하며
-
이형두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