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가 가족기업으로 학·연·산 협력의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대학이 관련 산업에 핵심 인재를 양성하는 데서 나아가 연구소 가족기업으로 기업 수요를 반영한 지속 가능한 연구개발(R&D) 기반을 마련한다. 대학 연구소와 기업이 단순 기술이전이나 일회성 컨설팅이 아닌 지속적 R&D, 인재양성, 교육까지 이뤄지도록 했다.
1일 고려대 휴먼 인스파이어드 AI연구소(이하 고려대 HI AI연구소)는 올 상반기 기준 가족기업이 40여개사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고려대 HI AI연구소는 국문과 영문 기반 세계 최고 수준의 차세대 자연어처리(NLP) 기술을 연구하는 곳이다.
연구소 가족기업으로 등록된 기업은 플래티넘·골드·실버로 나뉘어 멤버십별로 차별화된 혜택을 받는다. 가족기업은 공통적으로 연구소 내 40여명의 전문 교수진 및 연구원과 함께 기술 자문과 협력을 얻을 수 있다. 고려대 내에서도 유일하게 추진하는 학·연·산 협력 모델이다.
임희석 고려대 HI AI연구소장(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은 “대학원에 대기업 재직자를 재교육하는 계약학과 등을 운영하면서 대학과 기업이 모두 상생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면서 “연구소에도 이러한 모델을 적용해 안정적 펀드를 통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면서 기업의 애로사항을 함께 해결하는 방안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가 급성장하면서 산업계에서 데이터 처리나 AI 기술을 적용한 신서비스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신규 서비스를 개발하려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입장에서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AI 전문인력과 교류하면서 별도 양성 교육 없이도 R&D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장점이다.
HI AI연구소는 지난달 25일 'AI 테크데이'를 열고 기업 관계자들과 함께 앞으로 개발하려는 차세대 기술과 가족기업에서 나온 성과를 공유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린 행사다. 차세대 기술 R&D 단계부터 가족기업과 함께 연구개발하고 애로사항을 해결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가족기업인 위드마인드 주민성 대표는 “기존 산학협력은 특정 대학, 특정 연구실 위주로만 연구·협력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은데, 연구소 소속 다양한 교수·연구진과 기술 자문 등의 협력을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전했다. 위드마인드는 고려대 HI AI연구소로부터 자연어 분석 기술을 이전받았고, 대화형 AI 면접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이날 HI AI연구소는 포스트 딥러닝 연구 솔루션으로 'robust AI'를 채택했다. 현재의 딥러닝 기술이 추론이나 설명 처리가 부족한 점을 보완한 보다 견고한 AI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비전을 인정받아 최근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9년간 약 70억원을 지원하는 대학중점연구소 사업으로 선정됐다.
임 연구소장은 “초거대 AI 연구를 위해선 엄청난 컴퓨터 자원이 필요한데 시드머니가 확보된 셈”이라며 “궁극적으로 AI 기술은 산업에 적용돼야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기업)을 넘어 데카콘 기업(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기업)이 탄생할 수 있고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