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은 새로운 제품만이 아니라 새로운 평가지표도 필요하다.
최근 스타트업 창업 기업들이 보이는 주요한 흐름 중 하나는 기존 기업과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에만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운영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차별화된 지향점을 추구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정작 새로운 형태의 경영 철학을 기업 경영에 투영하려고 할 때 많은 어려움에 직면한다. 이는 새로운 형태의 기업 경영 방식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2003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는 크리스토퍼 이트너와 데이비드 라커 교수가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논문을 게재했다. 이 두 교수는 논문을 통해 많은 기업은 자신들이 직면한 여러 문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측면이 비재무적인 부분에 있다고 봤다. 하지만 정작 해당 기업들은 이러한 비재무적인 부분에 대한 실상을 면밀히 파악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한다고 비판했다.
이트너와 라커가 조사한 157개의 기업 중 비재무적인 부분을 진단하기 위한 지표 내지 척도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은 단지 23%에 불과했다. 이러한 사실과 함께 두 교수는 조사 대상 기업 중에서 비재무적 요인을 정밀하게 파악하고자 노력한 기업들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자기자본수익률이 150% 더 높다는 사실 또한 제시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비재무적인 영역들을 지표를 통해 집계하고 확인된 사실을 다시 기업 현장에 반영할 경우 매출액 증가나 주가 상승과 같은 재무적 성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규명한 것이다.
콜럼비아 경영대학원 마이클 모부신 교수도 비재무적인 부분을 지표 등을 통해 파악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성과 관련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는 패스트푸드 체인점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각 체인점 매출을 증대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매장 관리자의 이직률이라는 사실을 규명한 바 있다. 이전까지 체인점을 운영하는 많은 회사들이 관심을 두고 관리하던 부분은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일반 직원들이었다. 일선 직원들의 이직률이 높거나 근무태도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매출액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여긴 것이다. 하지만 진짜 회사의 매출액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일선 직원과 매장 전반의 운영 관리를 책임지는 관리자의 이직률이었다.
사실 우리가 처한 상황이나 우리가 속한 조직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지표를 찾고자 할 때 이에 부합하는 지표가 아직까지 개발되어 있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이러한 경우 해당 기업이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을 제대로 실현하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는 다시 말해 회사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잘하고 있는지 어디까지 완수했는지 등을 알 수 없다는 의미와 동일하다. 현재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기업 내부의 여러 요인들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 개발을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경영학의 구루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는 말을 했다. 만약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회사를 경영하려는 포부를 갖고 있는 예비창업자가 있다면 자신이 지향하는 경영 철학의 달성 여부를 무엇으로 측정할 것이지 또한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