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강세에 HPC 준비하는 현대오일뱅크 웃음

내달 준공을 앞둔 현대케미칼의 중질유석유화학시설(HPC)에 대한 수익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생산원가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잔사유 사용 시설인데다,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수익성이 극대화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내 건설 중인 HPC프로젝트 전경. [자료:현대오일뱅크]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내 건설 중인 HPC프로젝트 전경. [자료:현대오일뱅크]

4일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현재 공정율 90%를 넘어선 HPC 설비는 내달 기계적 준공과 시운전을 거쳐 하반기 내에 상업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합작사 현대케미칼의 HPC 설비는 연산 에틸렌 85만톤, 폴리프로필렌(PP) 50만톤 생산능력을 갖춘다. 보통 나프타를 정제해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지만 HPC 설비는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잔사유인 탈황중질유, 부생가스, 액화석유가스(LPG) 등을 투입할 수 있어 생산원가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 탈황중질유를 석유화학제품 원료로 사용하는 건 아시아권에서 처음이다. HPC는 시황에 맞춰 원료를 적절히 투입함으로써 동북 아시아 최고 수준의 원가경쟁력을 갖출 예정이다.

여기에 국제유가 고공행진이라는 호재가 HPC 설비에 겹쳐질 전망이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기준 연초 배럴당 45달러였던 국제유가는 이달 75달러를 찍으며 약 두 배가량 올랐다. 원료인 원유가격이 오르자 올해 초 톤당 300달러 이하였던 나프타 가격도 최근 톤당 630달러를 넘어서는 등 두 배 이상 급증했다.

통상 에틸렌 등 석유화학제품 원료로 나프타를 사용하면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나프타 가격 인상으로 생산원가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하지만 현대케미칼은 HPC 설비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나프타 가격 변동에 따른 원가 리스크가 적다. 현대오일뱅크 정유공장에서 정제 후 남은 잔사유를 원료로 석유화학 제품을 만들수록 수익성이 극대화되는 환경이 예상된다. 현대오일뱅크는 HPC에서 연간 50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새로운 공법을 도입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시행착오 리스크 빨리 넘을 수 있을 것인지가 과제다. 석유화학업계에서는 현대케미칼의 HPC 설비가 '온스펙' 제품을 생산하기까지 시운전 과정이 길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석유화학제품 생산 기술을 제공하는 롯데케미칼 측은 “글로벌 최고 수준의 생산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HPC에서 생산되는 석유화학제품을 원료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스페셜티 공장 건설도 검토 중”이라며 “기존 정유공장은 친환경 화학소재 신사업에 원료와 유틸리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플랫폼으로 변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