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국헌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장 "프로페셔널 스쿨 성공모델 제시한다"

매학기 50여명 현장 중심 전문인재 양성
설립 5주년…새 교육과정 정착에 집중
향후 글로벌 '테크노MBA'로 성장 목표
대학 연구·산업 요구 결합해 지속 발전

“서울대가 해야 하는 것은 '프로페셔널 스쿨'의 모델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2016년 첫 개원한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공전원)이 설립 5주년을 맞았다. 서울대 공전원은 국내 최초, 유일하게 만들어진 공학전문대학원이다. 공전원은 로스쿨이나 MBA처럼 현장 중심 전문직업인을 양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논문이 아닌 산업 현장 문제해결을 요구한다. 매학기 50여명 규모로 산업 현장 인재를 프로젝트 기반으로 교육해 석사학위를 제공한다. 기업체에서 10년 상당 경력을 가진 다양한 배경의 전공자들이 와서 프로젝트 기반 연구를 진행한다. 인문·사회계열 전공 학생도 있다.

차국헌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장(서울대 공대학장)
차국헌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장(서울대 공대학장)

차국헌 서울대 공전원장은 “일반적으로 학교에선 지도교수 연구실 방향에 따라 연속된 연구를 하고, 이는 중심 원리를 탐구하는 데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학전문대학원에서 연구는 산업 현장에서 주제를 가져 오고, 그 결과가 직접 현장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2017년 제2대 서울대 공전원장으로 취임했던 차 원장은 “모양만 갖춘 교육기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회사와 산업을 이끌어나갈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에선 임원급으로 성장할 인재를 위한 보상으로, 중견·중소기업에선 회사가 고민하던 애로사항을 해결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이다.

차 원장은 현장의 중요성을 잘 아는 학자로 불린다. 그는 서울대 화학공학부를 나와 1989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IBM 알마덴 연구소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했고, 귀국해 LG화학 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거쳐 1991년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로 부임했다. 그는 30여년을 넘게 연구와 후학 양성에 힘썼다. 그 바탕에는 늘 '기술보국'이라는 철학이 있었다.

차 원장은 한 전자회사에서 오랫동안 개선하려했던 디스플레이 문제를 가져와 서울대 공전원에서 교수와 함께 해결방안을 찾은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디스플레이 제품 소재의 목적과 용도를 면밀히 분석해 종전의 값비싸고 무거운 재질에서 복합소재를 최적화 발굴 연구를 통해 수백억원의 원가 절감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차 원장은 현장의 문제 해결 요구는 한 가지가 아니며 여러 분야의 기술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때 여러 명의 교수와 다양한 산업계 출신 학생들이 참여해 프로젝트 완성도를 높이는 것도 장점이다. 공전원 전임 교수도 있지만, 분야별로 서울대 공대 교수진은 물론이고 산업계 출신 멘토들도 지원해준다.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2021학년도 하계 부트 캠프 모습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2021학년도 하계 부트 캠프 모습

차 원장은 “화학에서 화학공정에 대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하려는 현장 수요가 있을 때도 화학공학과 교수에게 지도를 받으면서 새로운 기법에 대해서는 머신러닝, 데이터 사이언스, 통계학 관련 교수진에게 공동 지도를 받으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대 공대 소속 340여명의 교수진이 이러한 문제를 도와줄 수 있다고 제시했다.

앞으로 공학전문대학원의 발전방향은 글로벌 수준의 '테크노 MBA'로 도약하는 것이다. 지난 5년이 서울대에 새로운 교육과정이 자리를 잡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 5~10년은 글로벌 수준의 테크노MBA 과정으로 만드는 시기여야 한다는 것이 차 원장의 생각이다.

기술대전환의 시기에 기술과 경영의 본격적 결합이자 산업이 요구하는 현장 리더의 수요는 보다 커질 것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기술변화 트렌드가 빨라질수록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수요가 높아지고 기업체 핵심인력이 이러한 소양을 갖추는 것은 한층 중요해졌다.

차 원장은 “일본 수출규제로 시작한 소재·부품·장비 사태에서 보듯이 급한 불은 껐지만 장기적으로 기술을 준비하고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대학의 연구와 산업의 요구를 결합할 수 있는 작은 성공스토리를 발굴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한다”고 당부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