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자 <6>보행자 안전, 인프라와 문화 개선 시급

교통사고 사망자 중 38%가 보행자 사고.
보행자 사망자 절반 이상이 고령자... 시보다 군지역이 더 위험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 음주운전, 무단횡단 여전
인프라 보완과 교통문화와 인식 개선 시급

국토교통부는 4월 17일 안전속도 5030 전국시행을 앞두고 안전속도 5030 선포식을 개최했다. <전자신문 DB>
국토교통부는 4월 17일 안전속도 5030 전국시행을 앞두고 안전속도 5030 선포식을 개최했다. <전자신문 DB>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무단횡단으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수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발생 현황안전속도 5030 시행 전·후 교통사고 발생 비교OECD 주요 회원국 교통사고 비교

1년에 3000명이 넘는 교통사고 사망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보행자 사망사고'다. 사망자까지 나올 정도의 사고라고 하면 고속도로에서 과속이나 졸음운전을 하다 사고가 나 종잇장처럼 구겨진 자동차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지난해 교통사고로 사망한 보행자는 무려 1093명.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179명의 6배가 넘는다. 지난 3년 동안 보행자 사망자는 1487명에서 1093명으로 감소했다고 해도, 여전히 1000명이 넘는 엄청난 숫자의 사망자가 동네에서 또는 집 앞에서, 학교 앞에서 발생하고 있다. 보행자 사망사고는 운전 중 스마트폰을 보거나 무단횡단을 하는 등 사소해 보이는 습관과 실수에서 빚어지는 사례가 많다. 교통문화와 인식을 바꾸면 1000여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

◇교통사고 사망자 중 38%가 보행자 사고…그 중 절반은 고령자, 군 지역 가장 취약

교통사고 사망자는 2012년 5392명, 2016년 4292명에 달했다. 2018년에는 3781명으로, 42년 만에 처음으로 3000명대로 줄었다. 그 이후 꾸준히 감소해 2020년에는 3081명까지 감소했다. 최근 3년간 기록한 연평균 사망자 감소율 9.7%는 20년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수도 줄었다.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는 지난해 1093명으로 집계됐다. 2018년 1487명 보다 26.5% 감소한 숫자다. 교통사고 예방 대책을 강력하게 펼친 결과다.

성과라고 칭하기에는 부끄러운 성적표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3년간 평균 보행 사망자 수는 1294명으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38.0%에 달한다. OECD 평균 20.5%보다 두 배가량 높다.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10명 중 4명은 보행자이며, 이를 일 단위로 환산하면 매일 약 3명씩 사망하는 셈이다. 교통에서 보행자는 아무런 보호막을 갖추지 못한 약자 중 약자다. 교통 약자인 보행자 사망자가 가장 높다는 사실은 교통 인프라와 문화가 얼마나 낙후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지표다. 게다가 연령대별 보행 사망자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65세 이상 고령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3년 동안 보행자 사망자 3882명 중 65세 이상은 2218명으로 57.0%에 달한다. 61세 이상은 2541명으로, 65.5%를 차지한다. 교통 약자 중에서도 가장 약자 보호책이 취약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약자에 대한 교통 대책이 없다면 보행자 사망자 수를 줄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 보행자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고령자 사망자 현황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실제로 교통 약자 중 고령자의 비중이 가장 높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고령자·어린이·장애인·임산부 등 지난해 국내 교통약자는 약 1540만명으로 전체 인구 약 5183만명의 29.7%를 차지한다. 교통약자 유형별로는 고령자가 약 850만명으로 55.2%에 달한다. 고령자(55.2%)>어린이(21.0%)>장애인(17.1%)>영유아 동반자(13.8%)>임산부(1.8%) 순인데, 더욱이 고령자 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3년 새(2018~2020년) 고령자는 연평균 5.4%가 증가했다. 고령화 추세로 임산부·어린이 등은 감소하는 반면, 고령자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보행 사망자 중 가장 비율이 높은 고령 보행자에 대한 사고감소 대책이 시급하다.

더 큰 문제는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별 차이가 극명하다는 것이다. 인구 30만 이상 시, 인구 30만 미만 시, 군 지역, 자치구의 보행자 교통사고 치사율을 비교해 보면 군 지역의 치사율이 뚜렷하게 높다. 3년 동안 인구가 많은 자치구의 보행자 사고 수가 6만184명으로 가장 많기는 하지만 치사율은 1.9%에 그친다. 군 지역은 8989명 중 사망자가 653명으로, 치사율이 7.3%다. 군 지역 치사율이 자치구에 비해 3.8배가 높다. 인구가 적어 인프라도 취약한 군 지역에 대한 인프라 보완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 음주운전, 무단횡단,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갈 길 먼 교통문화

한국교통안전공단은 매년 교통문화지수를 조사한다. 전체 교통문화지수가 상승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안전띠 착용률 등 운전·보행행태 지표는 지난해보다 하락했다. 운전자의 '횡단보도 정지선 준수율'은 2019년 78.62%에서 2020년 81.79%로, 3.17%P 상승했다. '규정 속도 위반 빈도'는 2.87%P 하락해 전년 대비 소폭 개선된 것을 보여준다. '음주 운전 빈도'는 2019년 윤창호법에도 불구하고 0.18% 증가했다. 운전 중 스마트 기기 사용 빈도도 늘었다. '방향지시등 점등률' '신호 준수율'과 '안전띠 착용률'도 줄었다.

보행자 행태도 개선이 필요하다. '횡단보도 신호 준수율(1.82%P↑)'과 '횡단보도 횡단 중 스마트기기 사용률(0.01%P↓)'은 개선됐지만 '횡단보도가 아닌 도로에서의 무단횡단 빈도'는 3.07%P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보면, 이러한 행태들이 보행자 사고에서는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 수 있다. 시속 60km의 속도로 운전 중 2초만 스마트폰을 봐도 차량은 30m 이상을 이동하게 된다. 졸음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운전 중 스마트 기기 사용 빈도가 35.50%에서 35.92%로 늘었는데, 10명 중 4명 꼴로 이러한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운전자의 '규정 속도 위반 빈도'도 45.1%로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3년간(2018~2020년) 과속으로 인한 보행 사망자 수는 416명으로 전체 보행 사망자 수의 10.7%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전 세계에서 도시 내 도로 제한 속도를 낮추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4월부터 안전속도 5030을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 인식이 자리잡지 못했다.

보행자의 안전 의식도 문제다. 지난해 '무단횡단 빈도'는 35.3%로 2019년보다 3.1%P 늘었다. 2019년 무단횡단으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456명으로 전체 보행자 사망자 수(1302명)의 35.0%를 차지한다. 심지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무단횡단 사망자 수 비율은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횡단 중 스마트기기 사용률'은 2019년보다는 감소했지만 여전히 15%가량이 횡단 중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주의를 분산시키고 전방주시를 떨어뜨리는 만큼 교통사고 위험성이 증가한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교통사고는 인적요인, 도로요인, 차량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지만 사망자 발생 교통사고에서는 인적요인이 포함된 사고가 98.6%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인식 개선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통문화지수 평가지표별 조사 결과>

※( ) : 2020년 평가 기준으로 분석한 점수 <자료:한국교통안전공단>

[특별기획]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자 <6>보행자 안전, 인프라와 문화 개선 시급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