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장사' 신세계百, 롯데에 판정승

6월 매출, 신세계 17.6%·롯데 1.1% 상승
여름 패션·해외명품 판매서 희비 갈려
롯데, 중소형 점포 많아 코로나 피해 누적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난달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의 매출 희비가 극명히 갈렸다. 롯데는 패션 판매가 역신장하며 고전한 반면에 신세계는 패션 부문 매출이 고루 성장했다. 통상 6월은 여름 신상품 판매가 집중되는 시기다. 이 시기에 백화점 초여름 장사에서 신세계가 롯데에 판정승을 거뒀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의 지난달 총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7.6% 증가했다. 반면에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의 총 매출 신장률은 1.1%에 그쳤다. 양사 모두 샤넬 오픈런 등의 영향으로 해외명품 매출이 두 자릿수 늘었지만 희비는 패션에서 갈렸다.

신세계는 지난달 여성·남성 패션 매출이 지난해 같은 달 대비 각각 7.4%, 4.4% 늘며 성장세를 견인했다. 아동·스포츠도 야외활동 증가로 각각 11.3%, 18.3% 뛰며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 기간 롯데는 여름옷 판매가 부진했다. 일반 패션 부문이 지난해보다 18.1% 역신장했고, 여성·남성 스포츠 매출도 각각 1.7% 및 0.1% 감소했다. 아동 패션 역시 3.8% 줄며 신세계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잡화 실적도 갈렸다. 지난달 신세계 잡화 신장률은 0.3%로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롯데는 14.2% 급감했다.

명품 특수도 신세계가 앞섰다. 지난달 해외명품 신장률은 신세계가 36.9%, 롯데가 21.6%로 집계됐다. 특히 이번달 샤넬백 가격 인상을 앞두고 미리 구매하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신세계는 국내 백화점 가운데 샤넬 입점 점포가 가장 많은 이득을 봤다.

무엇보다 여름 실적 희비가 갈린 것은 지방 중소형 점포 비중이 높은 롯데가 신세계보다 코로나19에 더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역 경제가 침체되고 소비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백화점도 광역상권의 대규모 점포 위주로 쏠림 현상이 가속화됐다.

여기에 롯데는 노후 점포의 대대적 리뉴얼을 추진하면서 매출 성장에 어려움을 겪었다. 롯데백화점 본점도 남성 패션매장을 새단장하고 있다. 롯데가 부진한 패션 부문 대신 리빙 콘텐츠에 주력한 것도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롯데백화점 울산점은 패션·잡화 매장을 축소한 자리에 3471㎡ 규모의 한샘디자인파크를 입점시켰다.

점포 리뉴얼에도 실적 회복이 더딘 것은 롯데의 고민거리다. 1년 동안의 재단장 작업을 마치고 지난해 말 문을 연 영등포점의 경우 MZ세대 타깃의 다양한 패션 매장을 입점시켰지만 여전히 코로나19 발생 이전과 비교해 매출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진 만회를 위해 롯데는 지난달 24일부터 시작한 동행세일 기간 여름 정기세일을 공격적으로 전개하며 반등 모색에 나섰다. 그룹 온라인몰과 연계한 화장품 행사도 열었다. 이 덕분에 7월 첫 주(1~4일) 롯데백화점 매출은 25.4% 신장하는 데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 여름 패션 매출이 지난해보다 준 것은 이례”라면서 “도심 대형 점포에 집중되는 소비 변화 속에 지역 중소형 백화점의 위기가 더 가속화됐다”고 진단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