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수많은 신차가 쏟아지며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소비자 눈을 사로잡기 위해 강렬한 개성을 강조한 모델이 있고 남보다 빠르게 첨단 장비를 도입한 모델도 있다. 동급 세그먼트에서 최강자가 되기 위해서다.
독보적 존재감으로 경쟁자들의 의지를 꺾는 모델도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플래그십 대형 세단 S클래스가 대표적이다. 많은 경쟁 모델들이 이 차를 뛰어넘기 위해 등장했지만, S클래스는 지난 70년간 400만대 이상이 팔리며 줄곧 세계 최고 세단이라는 명성을 지켜왔다.
S클래스가 7세대로 완전변경을 거쳐 돌아왔다. 더 지능적으로 진화한 새 S클래스는 정교하고 수준 높은 주행 경험을 선사한다. 장인정신을 보여주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에 앞선 첨단 기술로 상품성을 개선했다. 벤츠코리아가 국내에 출시한 4종의 S클래스 라인업 가운데 S 400 d 4매틱과 S 580 4매틱을 연달아 타봤다.
시승 전 외관을 살폈다. 강렬한 변화보다 고급감을 강조하는 보수적 디자인으로 전작과 비교해 신차 느낌은 크지 않다. 시장을 선도하고 벤츠 브랜드를 상징하는 모델이라기에는 아쉬운 대목이다. 짧은 전방 오버행과 긴 휠베이스, 균형 잡힌 후방 오버행 등은 완벽한 클래식 세단의 비율을 보여준다.
꼼꼼히 살펴보면 외관에 세심한 변화가 있다. 전면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디지털 라이트다. 램프당 130만 이상 픽셀로 이뤄진 프로젝션 모듈과 84개 고성능 멀티빔 LED 모듈을 적용한 디지털 라이트가 카메라와 센서, 내비게이션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별 램프의 밝기를 최적화해 조절한다. 크롬으로 둘러싼 라디에이터와 커다란 공기 흡입구, 보닛 위에 자리한 삼각별 엠블럼은 S클래스의 권위를 나타낸다.
차량에 다가서면 숨겨진 플러시 도어 핸들이 돌출된다. 차가 출발하거나 문이 잠기는 순간 자동으로 원래 위치로 돌아간다. 차량 근처에서 키가 감지되면 작동해 편리하게 문을 열 수 있다. 플러시 도어 핸들은 물론 언더바디, 휠, 사이드미러까지 공기 흐름을 개선했다. 후면은 램프가 순차 점등하는 시퀀셜 라이트를 적용하고 위쪽에 크롬 스트립을 덧대 날렵한 인상을 완성했다.
먼저 S400d 4매틱 운전대를 잡았다. 3.0ℓ 6기통 디젤 엔진과 9G-트로닉 변속기를 탑재해 최고출력 330마력, 최대토크 71.4㎏·m 성능을 낸다. 시동을 걸면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이 있지만, 실내에서는 이를 잘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조용하다.
가속을 시작하면 전장이 5210㎜에 달하는 거대한 차체가 가볍게 느껴진다. 넘치는 힘을 바탕으로 한 민첩한 반응이 인상적이다. 최대토크가 저회전 영역인 1200rpm부터 3200rpm까지 고르게 발휘돼 기대 이상의 날렵한 주행이 가능하다. 정지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 시간이 5.4초에 불과하다.
에어매틱 서스펜션은 쾌적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어댑티브 댐핑 시스템이 불규칙한 노면에 즉각 반응해 바퀴를 개별적으로 제어한다. 울퉁불퉁한 노면이나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편안하고 부드럽게 느껴지는 이유다. 정교한 센서를 바탕으로 한 셀프 레벨링 기능도 갖춰 고속 주행 시 차체를 스스로 낮춰주면서 도로와 밀착되는 느낌을 준다. 복합 연비가 11.4㎞/ℓ에 이를 만큼 연료 효율도 뛰어나다.
2세대 MBU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주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새 MBUX는 모든 좌석에서 음성 명령으로 차량 내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시승 시 '선루프 열어줘'와 같은 음성 명령을 잘 인식해 스스로 수행했다. '배고프다'고 말하니 주변 음식점 경로를 추천해주기도 했다.
돌아오는 길 차량을 바꿔 기사가 운전해주는 S580 4매틱 뒷좌석에 탔다. 기사를 두고 타는 '쇼퍼 드리븐 카'로서 매력을 제대로 체험해보라는 벤츠코리아의 배려다. 이 차는 앞서 시승한 S400d 4매틱보다 휠베이스가 110㎜ 긴 3216㎜에 달해 뒷좌석 공간이 여유롭다.
실내는 익스클루시브 패키지를 적용해 한층 고급스럽다. 시트를 비롯해 손이 닿는 모든 곳에 나파 가죽을 사용했으며, 루프 라이닝과 선 블라인드에는 다이나미카 극세사를 사용했다. 버튼을 누르면 조수석 시트가 앞으로 이동하면서 순식간에 항공기 퍼스트 클래스처럼 변신한다. 조수석 시트를 최대 37㎜까지 앞으로 밀고 시트와 헤드레스트가 접어지면서 뒷좌석 탑승객에게 넓은 공간과 시야를 제공한다.
디젤보다 한층 더 정숙한 4.0ℓ V8 가솔린 엔진은 매끄러운 회전 질감이 에어매틱 서스펜션과 어우러져 비단결처럼 부드러운 승차감을 완성한다. 고속 주행 시 자연스레 발생하는 풍절음조차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실내는 고요하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틀고 마사지 기능을 켠 채 등받이를 최대한 눕히면 마치 안마의자에 앉은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너무 편안해 장시간 시승에도 피로감이 적었다.
S 580 4매틱 뒷좌석에는 11.6인치 풀 HD 터치스크린 두 개와 7인치 태블릿을 포함한 MBUX 하이엔드 뒷좌석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기본 적용했다. 스크린에 내장한 스피커나 블루투스 헤드폰을 연결해 다양한 멀티미디어 시스템을 이용하거나 여러 편의 기능도 쉽게 제어할 수 있다. 테더링으로 웹 브라우저에 접속할 수 있으며, 차량 내 스크린으로 콘텐츠를 다른 탑승자와 공유할 수도 있다.
새로운 S클래스는 전통에 첨단을 더해 더 강력해졌다. 손수 차량을 모는 오너라면 S 400 d 4매틱, 기사를 두고 운행하는 오너라면 S580 4매틱이 적합해 보인다. 이날 시승한 S클래스 가격은 S400d 4매틱 1억6060만원, S580 4매틱 2억1860만원이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