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린이도 탐내는 거리측정기, 골프 필수품 '눈길'

거리측정기가 골퍼들의 필수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16만명이 넘는 아마추어 골퍼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 골프동호회 '골프마니아클럽' 조사에 따르면 국내 아마추어 골퍼 4명 중 1명은 거리측정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니콘 COOLSHOT PROII STABILIZED 제품 이미지 컷.
니콘 COOLSHOT PROII STABILIZED 제품 이미지 컷.

지난 6월 골프마니아클럽이 회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거리측정기 관련 설문조사에서 전체 설문참가자 중 27%가 거리측정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골프에서 쓰이는 거리측정기는 레이저 또는 GPS를 활용, 자신의 위치에서 타깃까지 거리를 측정해 적합한 클럽 선택부터 코스 공략까지 골프에 필요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장비다.

한동안 거리측정기는 고수들의 전유물로 여겨진 게 사실이다. '볼은 본대로 가는 게 아니라 치는 대로 간다'는 말처럼 생각대로 볼을 정확히 때릴 수 있는 실력 없이는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게 이유였다.

최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아마추어 골퍼 박민준(47)씨는 “5년 전 골프를 시작하면서 거리측정기를 알게 됐지만 한동안은 별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내가 그만큼 정확히 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최근 시작한 지인에게도 거리측정기를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고 치는 것과 모르고 치는 것의 '차이'

거리측정기를 사용하는 골퍼들의 실력은 어떨까. 골프마니아클럽에 따르면 싱글핸디캐퍼의 경우 거리측정기 사용률이 80%에 달한다. 평균 80∼90타대 골퍼들의 사용율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인원이 설문에 참여한 80∼90타대 골퍼들은 전체 설문참가자의 35%가 거리측정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타 이상 초보 골퍼들의 거리측정기 사용률이 급증한 부분이 눈에 띈다. 평균 100타 이상 스코어를 적어내는 골퍼들 그룹에서는 21%의 사용률이 조사됐다. 골프마니아클럽 관계자는 “온라인 동호회 특성 상 하이핸디캐퍼는 물론 비기너 비중이 높다. 그래서 예년까지만 해도 전체적인 거리측정기 사용률이 10%대에 그쳤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조금씩 높아지더니 올해에는 많이 달라졌다. 100타 이상 그룹에서도 21%의 사용률이 나온 건 지난해와 비교해도 5% 이상 증가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전에는 거리측정기 사용이유나 목적을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대답이 '동반자들이 사용해서' 또는 '폼생폼사'가 많았다면 지금은 '못쳐도 알고나 치자'를 선택한 골퍼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실제 거리측정기를 활용, 알고 스윙을 하는 것과 모르고 스윙을 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보석(헤리티지 자산운용) 프로는 “목적의식의 유무는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선수들이라고 처음부터 잘 친 건 아니다. 많은 연습을 통해 만들어지는 건 맞지만 정확한 샷을 위한 다양한 연습법과 훈련, 그 중에서도 타깃에 대한 정보는 훈련효과를 높이는 주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면서 “골프에서 다음 타깃까지 거리만큼 중요한 건 없다. 거리에 대한 정보를 알아야 클럽을 선택하고 그에 맞는 스윙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보골퍼여서, 어차피 알아도 그렇게 못 칠거니까'라는 생각을 갖기보다 실패하더라도 직접 남은 거리를 확인하고 도전하는 게 실력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골린이도 탐내는 거리측정기, 골프 필수품 '눈길'

◇똑똑하고 편리해지는 거리측정기…골린이도 '눈독'

기능은 물론 제품군이 다양해지면서 거리측정기를 사용하는 골퍼층도 골프를 시작하는 입문자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김미영(33)씨는 “올해 골프를 시작했지만 클럽과 함께 시계형 거리측정기를 구입했다”면서 “거리 측정 외 다양한 기능을 처음부터 활용해서 익숙해지면 더 빨리 골프를 잘하게 될 것 같은 기대감이 이유였다. 물론 액세서리 효과도 무시할 수 없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골프워치는 편리성과 함께 다양한 기능으로 입문자 골퍼들까지 이용층이 늘고 있다. VC가 올해 초 출시한 인공지능(AI) 골프워치 'T8'의 경우 거리측정 외 그린경사를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그린뷰와 퍼트뷰 기능을 추가해 활용성을 높이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한편 니콘은 올 시즌을 앞두고 자사 거리측정기 브랜드 '쿨샷' 제품군을 상급자는 물론 초급자를 위한 제품까지 네 가지로 확대했다. 거리측정기의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각종 기능의 실용성을 고려해 다양한 제품군으로 구분,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설명이다.

거리측정기는 이제 클럽과 의류만큼 중요한 골프용품으로 떠올랐다. 알고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의 차이는 분명 큰 차이를 만든다. 다양한 기능에 편리함까지 더해진 거리측정기의 사용률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정원일기자 umph1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