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코인 다단계…코로나19 타고 '비대면'으로 전이

비대면 코인 다단계 사기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라이브 방송 애플리케이션(앱)과 그룹웨어.(출처=업계)
비대면 코인 다단계 사기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라이브 방송 애플리케이션(앱)과 그룹웨어.(출처=업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스캠 코인 다단계 사기를 비롯한 범죄도 '비대면'으로 진화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주요 사기 채널로 활용되던 오프라인 사업설명회가 집합금지 등으로 제한됨에 따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정보기술(IT) 기법을 활용한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설명회나 강연회, 행사 등 오프라인을 통해 피해자를 모집해오던 코인 다단계 범죄 조직들이 최근 네이버 밴드, 카카오톡, SNS 등을 통한 '비대면 투자 설명회'로 주 활동 무대를 옮겨가고 있다.

코인 다단계 사기는 자금을 투자하면 수익을 실체가 불분명한 코인으로 돌려주는 수법이 대부분이다. 피해자가 먼저 투자한 후 주변에 권유해 신규 진입자를 데려오면 기존 투자금으로 돌려막거나 코인을 지급하는 '폰지 사기' 형태다. 다단계 신규 가입과 투자 역시 카카오톡과 SNS를 통한 방법이 선호되고 있다.

전문 마켓메이커(MM) 팀도 비대면 사기에 동원된다. 통상 가상자산업계에서 MM팀은 상장된 코인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코인 다단계 사기에서는 카카오톡 등 SNS '선동방'에서 활동하는 채터(Chatter)들이 커뮤니티 매니저 및 '분위기 메이킹'도 겸한다. 의문을 제기하거나 지적하는 피해자를 즉시 채팅방에서 쫓아내고 메시지를 삭제해 의혹 확산을 막는 것도 이들의 역할이다.

신종 수법은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라이브 방송, 주문형비디오(VoD), 텔레그램, 카카오톡 리딩방, 시그널방 등 폐쇄적 운영으로 인해 적발과 추적이 더욱 어려워진 것이 특징이다. 특히 전용 앱을 이용한 라이브 방송의 경우 기존 유튜브 영상을 활용한 수법 대비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적극 애용되고 있다. 이러한 범죄용 방송 앱을 전문적으로 제작해 주는 개발사도 있다.

운영 측면에서도 첨단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존 수법이 초보적인 보상프로그램이나 소개비 위주였다면 신종수법은 다단계 전용 그룹웨어 소프트웨어를 활용한다. 모바일과 PC를 통해 전문화된 툴을 커스터마이징해 운용하며 스타트수당, 직급수당, 롤업수당, 아바타 등 세분화해 용어와 수법 등에서 다단계 범죄 냄새를 덜어내 피해자들을 속인다.

이들 조직의 홈페이지 특징을 자세히 살피면 사기 여부를 어느 정도 가려낼 수 있다. 사기 목적으로 급조된 것이 대부분이라 △홈페이지에 주소, 사업자 등록번호, 전화번호가 없고 △황당하거나 도용된 이용약관을 쉽게 발견할 수 있으며 △검색차단으로 포털사이트에서 노출되지 않고 △회원만 접근 가능한 메뉴가 대부분이며 △반드시 로그인 메뉴가 존재하고 △가입신청 시 상위사업자나 추천인 항목이 있다.

한 코인 다단계 사기 추적 전문가는 “특히 최근 유행하고 있는 전용 앱 수법의 경우 은폐 수법이 고도화돼 피해자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다단계 사기 커뮤니티에서도 주기적으로 실명과 전화번호, 사진 요구하는 등 통제를 강화해 갈수록 추적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