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인 2011년에 대기업의 공공 소프트웨어(SW) 시장 참여 제한제 논의가 시작됐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지식경제부와 관계부처는 '공생발전형 SW 생태계 구축 전략'을 발표했다. 지경부는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 소속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의 공공시장 참여를 전면 제한하도록 SW산업진흥법 개정 의지를 밝혔다. 공공시장의 대기업 쏠림 현상을 막고 중소·중견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였다. 우여곡절 끝에 법은 2013년에 시행됐고, 올해 9년 차를 맞았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각 부처에 대기업 참여 인정 권한을 부여하는 한준호 의원실 입법안을 비롯해 일련의 상황을 보면 '공생발전'을 위해 시작한 법이 업계 갈등을 유발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SW정책연구소에 따르면 공공SW사업 참여 중소기업은 법 시행 전인 2010년 2만6000여개사에서 2018년 3만2000여개사로 증가했다. 법 시행 후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23개사다.
공공시장은 2013년 3조원대에서 지난해 5조원대로 성장했다.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영역에서 대기업 참여 기회의 문은 점차 넓어졌다. 디지털정부 전환 바람이 불면서 이보다 앞서 공공을 떠난 대기업이 복귀했고, 신규 기업도 진입했다.
법 시행 때와 상황이 많이 변화했다. 그런데 제도 분석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대기업 참여제한제는 중간 평가도 없이 10년 동안 시행됐다. 그 사이 대기업과 중견기업 간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국회를 비롯해 여러 부처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정부가 명확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책을 입안한 주무 부처의 역할이 중요하다. 냉정한 정책 분석과 업계 의견 수렴 등을 통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간 상생 방안을 함께 모색할 때다. 대기업 참여제한제에 대한 건전한 수술 없이는 힘겨루기 논쟁만 지속될 것이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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