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기업 '급식' 이어 '물류 일감' 개방 유도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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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기업의 급식일감 개방에 이어 화주·물류시장의 불합리한 내부거래 빗장을 풀기 위한 방책을 세웠다. 물류 계약에 있어 경쟁입찰을 유도하는 자율준수기준 등 연성규범을 강조해 거래관행을 개선하는 게 관건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국토교통부와 '물류시장 거래환경 개선을 위한 상생 협약식'을 열었다고 8일 밝혔다.

협약식에는 국내 화주·물류 기업을 대표하는 5개 대기업집단(삼성·현대자동차·LG·롯데·CJ)이 참석했다.

앞서 대기업 집단에 속한 물류기업의 경우 이종산업에 비해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기업이 물류계열사를 세우고 그룹 내 물량을 밀어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어 물류 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막고있다는 것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제공=연합뉴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제공=연합뉴스]

공정위에 따르면 대기업 집단 물류기업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8년 기준 37.7%로 전 산업 평균 비중(12%)을 웃도는 수준이다.

정부는 물류시장 내 건전한 거래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자율 규범을 마련해왔다. 이번 행사에서 공정위는 물류 일감개방 자율준수기준를, 국토부는 물류서비스 표준계약서를 제시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물류 일감개방은 물류 시장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백신”이라며 “사업자가 자율준수기준을 경영에 실제로 접목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공정위가 제시한 물류 일감개방 자율준수기준은 대기업 집단이 물류 일감을 발주할 때 계열관계에 있지 않은 물류기업에 공정하게 개방되도록 하는 게 쟁점이다.

또 경쟁입찰 등을 통해 기업이 합리적으로 거래상대방을 비교하고 정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절차를 구상했다.

국토부는 화주·물류 기업 간 거래에서 기본적인 책임 사항 등을 담은 '물류서비스 표준계약서'를 제작해 발표했다.

물류서비스 표준계약서에서는 화주·물류기업 간 거래 시 기본원칙, 계약 당사자 간 권리·책임 사항 등을 규정했다.

아울러 이번 업무협약을 계기로 공정위, 국토부는 △ 물류시장 정보 공유 △ 제도 수립 및 개선 협의 △ 소관 법령 자문 △ 공동조사·연구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육성권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자율준수기준을) 지키지 않는다고 불이익이 없는 만큼 강제조항은 아니다”라며 “그간 경성규제와 함께 연성규범도 병행하려고 하는 것, 자율준수기준·표준계약서 도입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급식·물류 일감에 이어 대기업의 정보기술(IT) 서비스를 담당하는 시스템통합(SI) 일감도 시장에 개방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다만 이같은 행보에 지나친 시장 간섭이라는 시각도 공존한다.

앞서 공정위의 급식 일감개방을 시도했던 행위와 삼성그룹-웰스토리 관련 급식 일감몰아주기 제재에 대해 “사원 복지 관점에서 사내급식 서비스 특성을 이해해달라”는 시각이 있었다.

물류 시장 개방 요구에 대해서도 업계 일각에선 “효율성에 따라 선택해오던 내부거래 비중을 반강제적으로 줄이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