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본격화된 반도체 대란에도 현대차그룹 주요 상장 5개사가 역대급 깜짝 실적을 달성할 전망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와 중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차가 잇달아 흥행에 성공하는 등 고수익 차종 판매가 늘면서 일제히 실적 호조가 점쳐진다.
11일 에프앤가이드 2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현대차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8681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16.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가 분기 영업이익 1조8000억원을 넘어서는 것은 2014년 4분기 이후 7년 만이다. 같은 기간 매출 전망치는 29조2566억원으로 33.8% 상승했다.
기아에 대한 시장 기대감도 높다. 2분기 전망치는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819.2% 증가한 1조3348억원, 매출은 56.0% 늘어난 17조7459억원이다. 전망치가 실현되면 기아는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경신한다.
금융투자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 우려가 가장 컸던 5월 현대차그룹이 경쟁사보다 수급이 안정적이었고 보유한 부품 재고를 통해 가동 중단을 최소화하며 판매 실적에서 선방했다면서 실적 목표를 일제히 상향했다.
현대차그룹 주력 계열사이자 상장사인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현대위아 등도 현대차와 기아의 낙수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주력 부품 계열사 현대모비스는 2분기 사후관리(AS) 부품 수요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265.5% 증가한 6167억원, 매출은 37.9% 늘어난 10조3966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현대글로비스 역시 해운 사업 수익성 개선을 바탕으로 실적 상승이 기대된다. 2분기 전망치는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81.4% 상승한 2370억원, 매출은 51.3% 증가한 4조9490억원이다.
전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글로비스에 대해 “완성차 해상 운송과 발틱운임지수(BDI) 강세에 따른 해운사업부 수익성 개선이 깜짝 실적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위아는 2분기 흑자 전환이 유력하다. 작년 동기 대비 매출이 54.0% 증가하고 영업손실은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매출 전망치는 1조8694억원, 영업이익 전망치는 422억원이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위아에 대해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범용 공작 기계 수요가 크게 증가했고 수주 마진율도 개선됐다”면서 “사륜구동과 등속 조인트 물량이 늘어나 수익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업계는 3분기부터 글로벌 산업 수요 회복에 따라 완성차 재고 역시 정상 수준으로 회귀하기 위한 가동률 상향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와 기아가 국내는 물론 미국과 인도 등 주요 시장에서 최대 점유율을 잇달아 경신하고 있는 점도 실적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이슈가 완화되면서 본격 가동률 상승이 예상된다”면서 “초과 수요 상황이 유지되면서 차량 판매 가격 상승세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