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기후대응기금 신설을 앞두고 탄소세 도입을 논의하고 있지만 조세저항, 에너지세와 연계 등 선결과제가 적지 않다. 사실상 탄소배출 거래 개편을 통해 추가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11일 정부부처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내년부터 기후대응기금을 신설한다.
해당 기금은 탄소중립 실현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재원이다. 저탄소 기술 개발·에너지 전환 등을 지원한다.
기금 재원 규모가 수조원에 달하는 만큼 재원마련 방안에 관심이 크다. 탄소세 징수를 비롯해 세제·부담금·배출권 거래제 개편과 기존 특별회계·기금의 통폐합으로 마련될 예정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탄소가격 부과체계 개편방안' 연구용역도 이와 관련이 깊다.
다만 세제 개편의 경우 제도화까지 숙려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짙다. 현행 에너지세제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반영하는 방안부터 탄소세를 도입하는 방안까지 경우의 수가 검토되고 있다.
무엇보다 시장 반발 등 극복해야할 과제가 적지 않다. 업계가 탄소세 등 세제 개편시 행정처리비용 증가나 에너지세, 탄소배출 거래제 등 이중규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탄소배출거래제도로 일정 비용을 지불한 기업들의 경우 추가적인 세부담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석유화학, 철강 등 탄소배출량 높은 업종은 제품가격 상승에 따른 영업이익률 저하, 탄소저감을 위한 설비투자에 따른 비용 부담을 토로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선 탄소세를 도입 시장의 조세저항으로 좌초되기도 했다. 호주, 프랑스는 증세 반발로 탄소세율 인상을 철회 또는 탄소세 자체를 백지화하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는 현행 에너지세제와 연계 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부가 내년 1월 교통·에너지·환경세법 폐지 기한을 연장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해당 세제의 목적세를 보통세로 전환해 일반회계 편입 필요성 △교통·에너지·환경세 목적세적 성격을 유지하면서 교통세와 환경세(탄소세)로 분리하자는 의견 등이 있다.
한편 정부는 탄소세 도입과 달리 '탄소 배출권 유상 할당 비율' 확대는 공고히 했다.
우리나라는 2015년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했고 기업에 배출권을 할당하고 있다. 배출권 중 일부는 정부로부터 경매 방식으로 구매(유상 할당)하도록 하는데 올해부터 2025년까지 10%를 유상 할당하기로 돼 있다. 이어 2025년 이후엔 이 비율(10%+α)을 높이겠다고 했다.
다만 탄소세 논의에 변수는 탄소국경조정세 도입이다.
유럽연합(EU)이 2023년부터 역외에서 역내로 수입되는 제품 중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에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여기에 미국도 탄소국경세 도입을 검토 중이다.
만일 EU가 탄소국경세 수준을 탄소배출권 가격 1톤당 50유로(약 7만원) 안팎으로 맞춘다면, 한국 부담이 4배 이상 늘게 된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