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부터 2주간 수도권에서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최고 수위인 4단계가 적용된다. 오후 6시부터 3인 이상 사적모임을 금지하는 초고강도 조치다. 행사는 모두 금지되고 결혼식과 장례식에는 친족만 참석할 수 있다. 여기에 유흥시설 집합금지를 추가하고 백신 접종 완료자에게 주어졌던 인센티브도 중단하는 등 '4단계+α' 조치로 평가된다. 확진자 증가세가 빠르고 델타형 변이 바이러스 유행도 확산되고 있어 고강도 조치로 현 4차 유행 상황을 최대한 신속히 제어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을 통한 사태 종식이 사실상 불가능할 수도 있는 만큼 코로나19 출구전략을 세우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지적했다.
◇연일 '최다 확진' 경신…이대론 일일 확진자 2000명대 가능
최근 국내 코로나19 확산 상황은 악화일로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1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324명을 기록했다. 사흘 연속 최다 확진자 기록이 이어진 전날에 비해서는 54명 줄었지만 1300명대가 3일째 지속됐다. 주말 기준으로 최다 확진자라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일일 확진자 수는 지난달까지만해도 300∼700명대를 오르내렸으나 이달 들어 급증하기 시작해 '4차 대유행'이 본격화한 양상이다.
이번 유행은 수도권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발생했다는 특징을 보인다. 앞서 세 차례 대규모 유행에서는 50대 이상 코로나19 확진자 비율이 높았다.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2배 강한 델타형 변이가 크게 유행하는 것도 악재다. 소규모 모임 위주로 산발적으로 전파가 이뤄지고 있어 감염의 연결고리를 차단하는 것도 어렵다.
방역당국은 현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방대본이 민간 전문가와 합동 분석한 수학적 모델링 결과에 따르면 7월 말 확진자 수는 현 수준이 유지되는 경우 1400명 수준에 도달하며, 현 상황 악화 시에는 2140명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백신접종이 계획대로 이뤄지면서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 준수가 적극적으로 이행되는 경우 9월 말 260~415명까지 감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4차 대유행' 정부 총력 대응 방안은
정부가 꺼내든 카드는 선제적인 거리두기 격상이다. 수도권의 경우 주간 하루 평균 환자 수가 1000명 이상 발생하면 4단계 기준을 충족한다. 4단계 거리두기를 확정한 지난 9일에는 기준이 된 전날 수도권 확진자가 1000명에 못 미쳤지만 선제적으로 적용을 결정했다. 또 서울만 단독으로 4단계를 적용하면 경기·인천지역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을 우려해 적용 범위를 수도권 전체로 정했다. 정부의 섣부른 방역 완화 메시지가 방역 긴장도를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수용했다.
다만 예방 접종 영향으로 지난 3차 대유행 당시와 달리 사망자 수와 중증환자 수는 크게 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확진자 대비 사망자 수를 의미하는 치명률은 올해 1월 1일 1.48%에서 현재는 1.23%까지 감소했다. 위중증 환자 역시 140~15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위중증 환자가 급증하지 않으면서 국내 병상도 여력이 있는 상황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증환자가 많지 않더라도 수도권 감염전담병원과 생활치료센터 병상이 75%가량 차 있는 상태에서 전체 환자수를 줄이려면 방역 강화가 필요한 만큼 정부가 과거보다 발빠르게 움직인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만 현재 수도권과 비수도권 거리두기 단계가 3단계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휴가철을 맞아 비수도권 지역으로 확산을 유도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종식 현실적으로 어려워”…출구전략 고민해야
전문가들은 집단면역을 통한 코로나19 일시 종식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코로나19와 일상에서 공존하며 제어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코로나19를 독감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해외 국가도 나타나고 있다. 싱가포르는 지난달 말 확진자 수 집계와 감염자 역학조사 같은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전면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영국도 오는 19일 실내 마스크 착용과 1m 이상 거리두기 등 방역 규제를 해제할 계획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4단계 시행 기간 동안 확진자 증가를 억제하면서 시간을 벌며 고위험군 접종이 이뤄지면 조금 더 안전하게 완화나 이행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집단면역을 통해 코로나19를 종식한다는 목표는 현실적이지 못한 만큼 고위험군 접종에 집중해 더 이상 위험하지 않은 감염병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신 접종, 방역 대책과 함께 의료체계 재정비 등 '출구전략'을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교수는 “현재는 호흡기환자를 선별진료소에서 보고 있고 경증환자도 모두 입원 치료하는데 의료체계를 중증환자 중심으로 운영하려면 확진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재택 치료도 이뤄져야하지만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다”고 짚었다. 그는 “백신접종과 방역대책 논의에 집중하다보니 출구전략을 논의하는 기구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예방접종률이 충분히 올라갈 때까지 2~3개월 동안 의료체계를 정비하고 사회적 합의 과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으로 감염 예방과 중증 악화 억제 효과가 입증된 만큼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현재 국내 1차 접종자는 누적 1547만6019명으로 전체 인구의 30.1%에 해당한다. 접종 완료자는 555만3120명으로 인구 대비 10.8% 수준이다. 이달 하순 일반인 대상 대규모 접종이 시작될 때까지 1차 접종률은 크게 올라가지 않을 전망이다. 26일부터 시행되는 55~59세 예방접종을 앞두고 17일 사전예약이 시작된다. 50∼54세 접종은 19∼24일 사전예약을 거쳐 내달 9일부터 이뤄진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