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비트는 0과 1 두 가지 값을 중첩된 상태로 표현할 수 있다. 양자컴퓨터 구현의 핵심 요소다. 문제는 구현이 어렵다는 것이다. 극저온에서 전기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상태, 진공상태 등 까다로운 제작조건이 필요한데, 우리 연구진이 이런 까다로움을 덜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은 김성웅 나노구조물리 연구단(단장 이영희) 연구위원(성균관대 교수)과 송준성 박사후연구원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와이즈만연구소 등 국제공동연구진과 함께 상압에서 표면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새로운 삼차원 위상 디락 반금속 소재(KZnBi)를 발견했다고 12일 밝혔다.
디락입자는 질량이 거의 없어 빛과 가까운 속도로 움직이는 입자다. 삼차원 위상 디락 반금속은 이런 디락 입자가 삼차원 운동량 공간에 존재하는 것이다. KZnBi는 상압에서 전력을 소비하지 않고도 전류를 흐르게 할 수 있다.
연구팀은 디락 입자가 존재하는 그래핀 평면 벌집 구조를 층상으로 쌓아올려 3차원 평면 벌집 구조를 이루는 방식으로 KZnBi 합성에 성공했다.
나아가 KZnBi 물질 표면에서 상압 초전도 현상이 나타남도 확인했다. 임계 자기장(자기장이 충분히 강해져 물질 초전도성이 깨지는 한계 자기장) 측정으로 KZnBi 표면에 기존 초전도체와는 다른 초전도 특성을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지금까지 발견된 삼차원 위상 디락 반금속 물질에서는 초전도 현상이 없거나 매우 높은 압력에서만 나타났다.
KZnBi는 새로운 위상물질 탐색은 물론, 양자컴퓨터 연구에 필수적인 위상물질 기반 기술 개발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성웅 연구위원은 “디락 물질로 대표되는 2차원 그래핀 소재 형성 원리를 응용해 기존에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물질을 발견했다”며 “기존 연구의 한계를 뛰어넘은 새로운 양자 물질 발견으로, 앞으로 위상 초전도체와 양자컴퓨터 연구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물리 분야 권위지인 피지컬 리뷰 엑스(Physical Review X, IF=12.577) 지에 6월 28일자로 게재됐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