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과 빅테크 간 대환대출 플랫폼을 둘러싼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은행들은 빅테크에 지급해야 하는 중개수수료에 대한 입장차가 극명해서 갈등을 키우고 있다. 일부 빅테크는 자사 플랫폼에서 대환대출이 일어날 경우 은행에 대출금액의 최대 1%까지 중개수수료 책정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지며 골이 깊어 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빅테크는 은행권에 대환대출 중개수수료로 대출액의 0.2%에서 최대 1%대 수준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권별로 상이하다. 제1 금융권은 0.2~0.3%, 제2 금융권은 약 1%의 수수료를 플랫폼사에 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빅테크 관계자는 “지점이 적거나 없는 은행들은 오프라인 대출모집인을 많이 활용하고 있으며, 이들의 수수료는 최대 3%대”라면서 “이에 비하면 플랫폼사 수수료가 더 저렴하다”고 주장했다.
빅테크·핀테크사가 책정한 대출 중개수수료는 현재 대환대출 플랫폼 운영사들의 수수료에 기반을 두고 있다.

현재 대출 비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빅테크·핀테크사는 중개수수료로 제1 금융권 0.2~0.6%, 제2 금융권의 경우 1~2% 수준을 각각 받고 있다. 정부가 구축하는 플랫폼에서도 이와 유사한 수준으로 대환대출 플랫폼 수수료를 받겠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등 금융권은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될 빅테크나 핀테크가 금융 상품인 대출의 리스크는 전혀 책임지지 않으면서 과도한 수수료만 챙겨 가는 것이라며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빅테크는 은행과 생사를 놓고 다투는 경쟁자”라면서 “은행 입장에서는 빅테크에 자사 고객정보를 내놓고 수수료까지 내는 것 자체에 대한 불만과 위기감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위원회도 중재에 나섰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수수료에 대해선 논의 단계”라면서도 빅테크쪽에서 제시한 1%대 수수료는 과도하다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환대출플랫폼은 국민 편익을 위해 정부가 인프라를 구축하는 정책 사업인 만큼 현재 플랫폼들이 받고 있는 수수료 수준인 1%대로 책정하는 건 불공정하다”면서 “이보다 낮은 수준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환대출 서비스 영업시간을 두고 금융기관과 핀테크사 간 의견 차이도 크다. 핀테크사들은 지금도 대부분의 금융업무를 24시간 비대면으로 볼 수 있는 만큼 대환대출도 365일 24시간 서비스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은행들은 비대면 대환대출의 경우 은행 영업점 시간을 오전 9시~오후 4시로 운영하자며 맞섰다.
금융위는 은행업계의 손을 들어주기로 결정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플랫폼에서 대환대출을 신청하면 이후 금융회사가 한 번 더 심사하는 등 사람의 개입이 필요하기 때문에 영업시간을 두는 게 맞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대환대출 플랫폼 참여 기업 선정, 빅테크 종속 우려 해소 대책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했다. 금융 당국은 업권별 이해관계가 크게 갈리는 만큼 지난주 은행권을 시작으로 업권별 간담회를 릴레이로 진행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지난 6일 은행권을 만난 데 이어 12일 카드·캐피털사 등 제2 금융권, 13일 핀테크·빅테크사와 비공개 간담회를 각각 개최한다.
금융위는 금융업권별 대환대출을 순차적으로 시행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 신용대출을 10월 우선 시작하고 12월 은행권 담보대출과 제2 금융권 적용, 일부 저축은행과 캐피털은 최소 6개월 이후 시작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10월 시행을 목표로 구상하는 대환대출 플랫폼은 금융결제원이 은행 등 금융기관의 개인 대출 정보 등을 모아 하나의 시스템에서 여러 금융기관 간 대출상품 이동을 중개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한다. 이를 빅테크·핀테크 플랫폼에 연결해 한눈에 금리 비교를 통한 '대출 갈아타기'가 가능토록 하는 것이 골자다.
지금까지 대환대출 플랫폼 구축 의사를 밝힌 빅테크·핀테크 기업은 카카오페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핀크, NHN페이코, 뱅크샐러드 등 10여개사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