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화에 적자 눈덩이...대기업 시내면세점도 폐점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17일 영업 종료
中 보따리상 이탈 여파 작년 손실 426억
신라면세점, 시내 매출 1조원가량 감소
송객수수료 늘어 수익구조 왜곡 심화

센트럴시티 파미에스테이션과 연결된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센트럴시티 파미에스테이션과 연결된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코로나 팬데믹으로 타격을 입은 시내면세점이 잇달아 문 닫고 있다. 중견면세점 뿐만 아니라 대기업 면세점도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특히 중국 당국의 면세 굴기로 인해 국내 면세점을 지탱하던 중국 보따리상(다이궁) 이탈이 가속화된 영향도 받았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디에프는 이달 17일을 마지막으로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영업을 종료한다. 2018년 서울 반포 센트럴시티에 문을 연지 정확히 3년 만이다. 이번 강남점 폐점으로 신세계의 시내면세점은 명동점과 부산점 2곳만 남는다.

회사 측은 생존을 위한 자구책이라는 입장이다. 신세계디에프는 지난해 영업손실 426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매출도 40% 이상 급감했다. 모회사 신세계의 현물출자와 인천공항 임대료 인하 등 각종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하늘길이 닫히면서 고정 비용을 줄일 필요가 있었다.

특히 연간 150억원에 달하는 강남점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코로나 악재가 언제 끝날 지도 불투명하다.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은 지난해 4분기 일평균 매출이 10억원 안팎에 그쳐 같은 기간 명동점(50억~60억원)의 20% 수준에 불과했다.

유신열 신세계디에프 대표는 “강남점 영업 중단은 회사 생존을 위한 사업 재편의 일환”이라며 “면세사업 전반의 체질 개선을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이미 도미노 철수가 현실화됐다. 하나투어 자회사 에스엠면세점은 경영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특허권을 자진 반납했다.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에스엠 시내면세점은 9월 영업을 종료했다. 입·출국객이 전무해 적자가 누적된 상황에서 중장기적 수익성 개선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앞서 시티면세점도 신촌점 특허권을 반납했고, 엔타스(현 경복궁면세점)는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점을 철수했다.

지난해 문닫은 에스엠면세점 서울 시내점
지난해 문닫은 에스엠면세점 서울 시내점

시내면세점의 타격은 보따리상 의존이 높았던 것에 기인한다. 국내 면세점 매출의 95%는 외국인의 지갑에서 나온다. 그 중 대부분이 중국인 보따리상인 다이궁이다.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업체 간 출혈경쟁이 심화되면서 왜곡된 수익 구조가 발생했다.

실제 신라면세점의 지난해 시내면세점 매출은 2조2960억원으로 2019년 3조2768억원에 비해 줄었지만, 송객수수료는 2533억원에서 3048억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올해는 1분기에만 송객수수료로 1409억원을 썼다. 이 기간 시내면세점 매출이 5589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매출액의 25%를 송객수수료로 지불한 셈이다. 이는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이 한국 시내면세점 매장 철수를 검토하게 된 단초로 작용했다.

신세계면세점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번 강남점 철수를 결정했지만, '규모의 경제'에 기인한 바잉파워(구매 협상력) 약화는 감수해야 한다. 대신 면세점이 나간 자리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해당 사업장은 총 5개층 1만3570㎡(약 3906평) 규모다.

현재로선 센트럴시티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이 공간을 임차해 확대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 신세계는 “현재 매장 MD 구성 방안 등을 다방면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