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환대출 갈등' 격화...금융위 "수수료 인하"로 중재

수수료 낮아져야 소비자 편익 증대
요건 충족 땐 핀테크 참여 폭넓게 허용
빅테크 "은행과 개별협상" 의견 피력
플랫폼 영업시간 '365일 24시간' 요구

(사진=금융위원회)
(사진=금융위원회)

은행과 빅테크 간 대환대출 플랫폼을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자 금융당국이 중재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은 “일정 요건이 충족된다면 빅테크 기업 참여를 폭넓게 허용하겠다”며 달래기에 나섰다. 빅테크는 쟁점이 된 중개수수료에 대해서 은행과 개별협상을 원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빅테크 수장들과 만나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은행과 빅테크 간 대환대출 플랫폼에 대해 비공개 회의를 전날 열었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산업국장, 김종훈 금융위 중소금융과장 주재로 영상회의를 진행했다.

회의에는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 김태훈 뱅크샐러드 대표, 신원근 카카오페이 부사장 등이 참석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들은 대환대출 플랫폼 구축 의사를 밝힌 대표적 기업이다. 지금까지 참여 의향을 나타낸 빅테크·핀테크 기업은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카카오페이, 핀크, NHN페이코, 뱅크샐러드 등 10여곳이다.

이날 은행과 빅테크 간 중개수수료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졌다.

한 참석자는 “수수료 협의는 대환대출 시장에서 각 금융사와 빅테크·핀테크들이 개별협상 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 개입을 통한 무조건적 수수료 인하보다는 시장 논리에 따라 은행과 빅테크 간 개별협상을 통한 책정을 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핀테크 업계 관계자도 “은행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거론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도 대환대출에 참여하면 그만큼 신규대출 수익이 잡혀 이익을 본다”고 말했다.

현재 대출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빅테크·핀테크사는 중개수수료로 제1 금융권 0.2~0.6%, 제2 금융권 1~2% 수준을 각각 받고 있다.

빅테크 업계는 정부가 구축하는 플랫폼에서도 이와 유사한 수준으로 대환대출 플랫폼 수수료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융위는 수수료가 낮아져야 그만큼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편익도 커질 것이란 주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수수료는 은행들이 결정할 사안으로 정부가 직접 가격에 개입하긴 어렵다”면서도 “다만 플랫폼 간 경쟁을 통해 현재 수수료보다는 대폭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빅테크·핀테크 업계는 대환대출 플랫폼 기업 선정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2~3개 업체에만 기회를 준다면 빅테크에 쏠릴 가능성이 있다”며 “중소 핀테크업체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폭넓게 핀테크 참여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대환대출 플랫폼 영업시간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했다. 핀테크사들은 지금도 대부분 금융업무를 24시간 비대면으로 볼 수 있는 만큼 대환대출도 365일 24시간 서비스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은행들은 비대면 대환대출의 경우 은행 영업점 시간인 오전 9시~오후 4시로 운영하자며 맞섰다. 금융위는 은행들의 손을 들어준 상태다.

한 참석자는 “비대면으로 이미 대환대출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초반 시스템 안정을 위해 보수적으로 은행 영업시간에 맞추다가 점진적으로 시간을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업계 의견을 수렴한 금융위는 우선 은행 참여가 중요한 만큼 대환대출 플랫폼이 안정적으로 시작돼 운영될 수 있도록 핀테크사에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핀테크 기업 A사는 금융위 지정대리인 제도를 통해 대환대출 플랫폼을 시도한 바 있지만 저조한 은행 참여로 활성화에 실패한 선례가 있다.

금융위에선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기 위해선 은행과 빅테크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의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과거 오픈뱅킹도 은행과 빅테크가 주도권 싸움을 했지만 결국 시장에 잘 안착됐다”며 “대환대출 플랫폼도 업계 이익보단 소비자 이익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