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운용수익으로 사상 첫 2조원 돌파를 이뤄낸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이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디지털 혁신과 ESG 경영을 강화한다.
주명현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해 4월 취임해 1년 3개월 만에 역대 최고 성과를 냈다. 취임 직전 운용수익이 1조7000억원 적자였던 공단은 1년 후 2조원이 넘는 수익을 냈다. 이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주 이사장은 최근 디지털 혁신 계획과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경영 환경 변화를 반영한 혁신 전략을 수립했다. 주 이사장은 “고객 중심 맞춤형 연금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공공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계기가 됐다. 언택트 시대 진입과 4차 산업혁명 가속화를 피부로 느끼게 된 것이다. 지난해 사학연금은 중장기 정보보호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전사적으로 정보보호 업무 추진 체계를 확립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하면서 보안사고에 대비하고자 대책을 수립했으며, 그 결과 해킹으로 인한 보안사고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어 연금·복지 디지털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디지털혁신 전담반을 꾸리고 모바일 고지 서비스를 비롯한 13개 과제를 2022년까지 이행할 계획이다. 자산 운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도 나선다.
주 이사장은 “앞으로 정보공개 확대와 투명성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면서 “해외 투자 확대 기조에 따라 자산운용시스템 기능을 개선한 대외 연계시스템 구축과 운용지원 기능 강화를 위해 자산운용 통합시스템을 올해부터 내년까지 새롭게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단 ESG 경영 로드맵을 설정하고 전략과제를 신설하는 등 기금 투자뿐 아니라 전사 경영에 있어서도 ESG 경영을 적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담=김원석 정치정책부 부장
-지난해 4월 취임 후 공단 이사장으로서 이룬 성과는 무엇인가.
▲취임한 첫 해인 2020년은 유례없는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경기 침체가 심화된 시기였다. 취임 전 3월 말 운용수익은 1조7000억 적자였다. 지난해 8월,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조직·인력 기능을 조정했다. 고객접점 현장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센터를 중심으로 지역 조직을 개편했다. 제5차 재정재계산을 통한 연금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금융시장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지난해 기금운용 수익률이 11.49%를 기록했다. 운용수익 사상 첫 2조원 돌파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무엇보다 젊은 직원들의 보육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나주본사 내 직장보육시설 예산을 확보해 현재 건립 중이다.
공공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들을 추진했다. 뉴딜 관련 투자 확대, 지역 미래산업 육성 투자 등 미래 성장주도 산업 투자로 국가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 지역 상권 활성화, 보유회관에 입주한 소상공인·중소업체 임대료 50% 인하를 올해 말까지 확대했다.
재정재계산 진단을 통해 연금기금의 고갈 예측에 대응하기 위한 종합적 재정안정화 방안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사학교직원과 연금수급자가 만족할 수 있도록 고객 중심 맞춤형 연금서비스 제공과 고객 생애 전 주기에 걸친 복지서비스 발굴로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과 공단 설립목적을 충실히 이행해 나갈 계획이다.
-사학연금은 기금 규모가 20조원을 넘어섰다. 그간의 성장 배경과 향후 성장 동력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1974년 설립된 사학연금은 사립학교 교원의 연금법 적용을 시작으로 1978년 사무직원, 2011년·2013년 국립대학법인 서울대와 인천대 교직원, 2016년 국립대학병원 등 특례기관 적용이 확대됐다. 약 7만명이던 교직원수는 2021년 6월 말 현재 33만1000여명으로 급증했다. 연금수급자를 포함하면 가입자는 43만명에 이른다.
연금기금 규모는 5조원에서, 2009년 6월 10조원을 달성한 이후 꾸준히 성장해 2020년 말에는 23조원에 이르렀다.
몇 차례 연금법 개정 등을 통한 연금제도 개선과 가입자 확대로 연금수지가 개선된 측면도 있지만 시장 대내외 환경을 면밀히 분석해 기금을 운영한 결과다.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한 금융시장 환경 속에서 안전자산인 채권 비중을 축소하고 주식과 해외투자 및 대체투자의 비중을 확대했다. 기금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기금운용 수익을 창출했다. 그러면서 자금운용관리단과 리스크 관리실이 위기관리 대책반을 가동해 적절한 위기관리에 대응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도 있다. ESG 투자 대폭 강화로 시장변화에 맞는 투자 다변화와 자산운용 정책과 원칙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기금운용 및 수익률 제고에 만전을 기할 것이다.
-ESG 투자를 어떤 방식으로 강화할 계획인가. ESG를 반영한 혁신 계획은 무엇인가.
▲사학연금은 △사회적 가치 성과 창출 △ 경제활성화 지원 △국민 신뢰 제고 △고객감동 서비스 혁신 등 4가지 혁신 방향을 근간으로 혁신추진 계획을 수립했다.
사학연금은 ESG 투자 확대를 기반으로 비재무적 요소를 투자 의사결정에 반영해 운용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최근 위탁운용사 선정시 ESG 추진 노력과 성과를 평가 점수에 반영했다. 국내 주식 위탁운용사 9곳을 선정했으며, 오는 8월에 총 2000억원 규모의 국내 PEF 블라인드펀드 위탁운용사 선정에도 반영할 예정이다. 사회책임펀드(SRI펀드)와 그린본드의 지속적인 투자, 신재생에너지 투자 비중 확대를 통해 국내 ESG 투자 활성화를 촉진함으로써 국가 경제의 건전한 성장에 기여해 나갈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데이터 기반 혁신이 화두다. 디지털·데이터 기반의 혁신 계획은 무엇인가.
▲사학연금은 4차 산업혁명 기술 기반 디지털 전환 시대에 발맞추어 온라인·비대면 서비스를 선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3개년 '사학연금(TP) 디지털 혁신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4대 전략(비대면 서비스 확대, 고객 중심 디지털 서비스 혁신, 현장 중심 스마트 업무환경 구현, 디지털 인재 양성)과 13개 추진과제를 선정해 과제를 실행해 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실적으로 모바일 전자고지 서비스를 들 수 있다. 퇴직급여 미청구 안내문을 시작으로 연금수급자의 원천징수영수증 발급 등 다양한 서비스에 대해 현재까지 2만여건에 달하는 전자고지서를 발송했다. 올 연말까지 대상 업무를 12종으로까지 확대한다. 디지털 소외계층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데이터 관리를 통해 연금수급자 장해자녀들을 찾아 수급권을 확보해 주기도 했다.
사학연금은 정보공개 제도와 공공데이터를 통해 3년 연속 정보공개 종합평가 최우수등급을 달성해왔다. 공공데이터 운영실태 평가에서도 2년 연속 최고등급을 달성했다.
향후에도 정보공개 확대와 투명성 강화에 지속적으로 노력해 기금의 안정적 자금운용 수익 창출 및 경영목표 달성을 위해 힘쓸 것이다.
-지난해 정보보호 업무 추진 체계를 확립했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사학연금은 지난해 12월 중장기 정보보호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전사적으로 정보보호 업무의 추진체계를 확립했다. 국가정보원·행정안전부 주관의 2020년 공공기관 정보보안 관리 실태평가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교육부 주관 정보보안 수준 진단 평가에서는 5년 연속 최고등급인 '매우 우수' 등급을 받았다.
올해는 홈페이지 개편과 영상시스템 재구축 등을 위해 전년대비 249% 증액한 93억4200만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정보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앞으로도 정보보호 마스터플랜에 따라 랜섬웨어 등 지능화·고도화되는 최신 사이버공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후된 정보보안시스템 교체, 사이버위협 대응시스템 구축, 상시 정보보안 실태평가 대응시스템을 운영한다. AI 기반 보안솔루션도 도입하고 보안 전문인력을 확충하고자 한다.
-기금은 지속적인 성장세에 있지만 향후 학령인구 감소와 그에 따른 교육환경 변화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대한 전략은.
▲학령인구가 줄어들면 사립학교 교직원 수가 감소해 연금재정의 수입 기반이 약해질 수 있으나, 사실 연금재정의 가장 큰 위협은 부담과 급여 간 불균형이다. 과거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90년 중반부터 크게 4차례의 제도개혁을 단행했지만 아직까지 장기적 재정 안정화를 달성하기 위한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다. 다만 지금까지의 연금개혁은 베이비부머 세대 퇴직자를 감당할 수 있도록 기금고갈 시점을 늦춤으로써 제도 개선을 위한 시간적 여유를 제공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사학연금은 기금이 소진되기 전 부담과 급여 간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는 한편 세대 간의 형평성 강화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해외 유사 공적연금제도의 벤치마킹으로 시사점을 발굴하고, 장기적 협력방안을 찾고 있다. 제도 개선 시나리오를 도출하고자 재정안정화 방안 연구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사학연금이 독자적으로 연금제도 개혁을 추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공무원연금과 함께 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지만 김철민 의원이 입법 발의한 사립학교 폐교시 연금법 적용 등에 있어서 법 개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중장기 전략적 자산배분에 기반한 기금증식 등 연금재정 안정화를 위한 상시적 조치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내년을 구상할 시점이다. 내년에 반드시 이루고 싶은 것은.
▲2020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에서 공단은 전년도 종합 C등급에서 B등급으로 한 단계 상승하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취임 첫해의 경영 성적표다. 한 단계 상승한 A등급을 목표로 노력해 갈 것이다.
중장기 경영전략 수립 및 성과지표 관리체계 개선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고령화 시대와 평균수명 증가 등 복지수요 증대에 맞춰 교직원이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할 수 있도록 복지사업 플랫폼 구축 등 구체적인 방안 연구를 추진 중이다. 교육 관련 공공기관으로서 국가교육 발전을 위해 내년에도 교육에 특화된 사회공헌 활동을 집중 전개한다. 공공기관으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예정이다. 지역인재양성 장학지원사업으로 예체능 재능 청소년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금융지식나눔 활동도 확대할 계획이다.
임직원의 봉급공제 등을 통해 조성 중인 'TP희망나눔기금'으로 취약계층의 교육 사각지대 해소에도 노력하겠다.
-취임 전부터 입지전적인 인물로 유명했다. 교육부 내에서 본받고 싶은 상사에 뽑히기도 했다. 직장인으로서, 자연인으로서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는 말에는 부담이 많다. 9급으로 시작해 1급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것은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공직생활을 하면서 '항상 웃고 남을 미워하지 말자'라는 마음으로 근무했다. 함께 근무한 동료가 최고의 자산이며, 떠난 후 뒤돌아보았을 때 남아 있는 사람이 반갑게 맞이해 줄 수 있도록 지금의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했다. 후배들에게는 이러한 마음으로 실천해 주길 당부하고 있다.
조직에서 원활한 소통은 조직의 발전으로 이어져 가치와 성과를 창출하는 중요한 윤활유라 생각한다. 지난해 사학연금 이사장으로 부임해 오면서 수직적 소통, 수평적 소통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사학연금 최초 인사팀장을 공모했다. 노사공동 조직문화혁신을 위한 선언문 채택, 뒤집어멘토링(5급 직원 멘토, 1급 실장 멘티) 운영, 중간관리자 워크숍, MZ 소통협의체 구성, 청년이사회 운영 등을 구성해 조직내 소통채널 구축에 힘써왔다.
직장은 내 인생이 함께 하는 곳이기도 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출근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도록 선후배 간, 동료 간 작은 관심과 따뜻한 말을 건내며 항상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즐거운 인생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명현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이사장은...
1961년 전남 영광에서 태어나 광주 인성고등학교와 조선대학교 회계학과를 졸업했다. 단국대학교 교육행정학 석사를 받고 숭실대학교 평생교육학 박사를 수료했다. 1981년 교육부 9급 행정서기보로 입직해 2019년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했다. 말단부터 최고 간부직까지 올랐다. 정부부처에서 워낙 드문 일로, 입지전적인 인물로 유명하다. 주 이사장은 선후배를 가리지 않고 동료를 최고의 자산으로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털어놨다.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주 이사장은 지난 1년 3개월간 성과를 묻는 질문에 운용수익률보다 나주 본사 내 직장 보육시설 예산을 확보한 것을 들었다. 직원들이 나주로 이전해 가장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육아였는데 이제 그 부담을 덜었다면서 웃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