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여성·흑인 기업가 커뮤니티와 투자·협업을 강화하면서 산업 생태계 지원에 나섰다. 단순히 기술 투자를 넘어 차별 철폐 등 사회 공헌에 기여하겠다는 철학이 담겼다는 평가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투자전문 자회사 삼성넥스트는 최근 여성기업가 대상 글로벌 펀딩기업 쉬웍스(Sheworx)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공동 투자처를 모색하기로 협의했다. 향후 경쟁력 있는 여성 주도 기업을 발굴해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협업 네트워크까지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2015년에 설립돼 뉴욕에 본사를 둔 쉬웍스는 기업 생태계에서 성평등을 강조하는 크라우드 펀딩 기업이다. 현재까지 전 세계 2만명이 넘는 여성 기업가가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도록 크라우드 소싱을 지원했다.
이 회사는 상대적으로 여성 기업가가 남성에 비해 자금 조달에 불이익을 얻는다는 것에서 출발해 이들을 위한 전문 투자지원에 나섰다. 실제 쉬웍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벤처캐피털 시장에서 여성 주도 스타트업이 투자받은 금액은 전체 2.3%에 불과하다. 전체 규모도 작지만 2019년 2.8%에서 해마다 떨어지는 추세다.
삼성넥스트는 “쉬웍스와 공동의 목표는 여성 창업자를 배제하는 관습에서 벗어나 남성과 동등하게 투자하는 현실로 전환하는 것”이라면서 “여성을 위한 자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쉬웍스 커뮤니티에 가입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삼성은 단순히 사회공헌 차원에서 소외계층 지원을 넘어 산업 현장에서도 차별 없는 생태계 조성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는 삼성넥스트를 통해 흑인여성 창업자 단체 BWTT와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BWTT는 전 세계 500명이 넘는 흑인여성 창업자가 참여하는 커뮤니티로, 다양한 차별에 대응해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했다. 이들은 2009년 이후 전 세계 벤처캐피털 자금 중 1%도 채 안되는 금액만 흑인여성 기업가에게 투자된다는 점을 들어 기술과 투자 네트워크 제공을 목표로 한다. 삼성넥스트는 BWTT와 공동으로 대규모 콘퍼런스 개최는 물론 기업 활동 과정에 인종 차별과 기술 분야에서 흑인 여성이 직면한 문제를 공론화하는 보고서도 공개했다.
이 밖에도 기술이 아니라 여성, 흑인, 장애인 등 사회적 차별 때문에 기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벤처투자기업 테크스타와도 협업 체계를 꾸렸다. 지난해부터 삼성넥스트는 테크스타가 추천한 소외된 기업가에게 자금을 투자하고 폭넓은 네트워크를 활용해 협업 기회도 제공한다.
삼성넥스트의 지원 활동은 삼성전자가 강조하는 동반성장 철학을 계승해 좋은 기술을 발굴하는 동시에 사회 차별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좋은 기술을 갖고 있지만 능력을 펼치기 어려운 상황을 지원해 공생의 생태계 조성에 힘쓰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 세계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성별, 인종 등 다양성을 포용하는 데 초점을 맞춘 활동”이라면서 “포용 가치를 증진하는 스타트업 문화를 조성하는 데 꾸준히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