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개요
파세코는 1974년 8월 '신우 직물 공업사'가 모태로, 1986년 법인 기업으로 설립됐다. 이후 1999년 1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파세코 설립 당시 우리나라는 일본에서 석유 풍로(연소기구)를 대거 수입했는데, 파세코가 석유 난로 심지를 만들며 성장했다. 이후 고품질 석유 난로를 직접 생산하기 시작, 곧 국내 시장을 석권했다.
파세코는 1980년대 중반, 아파트 보급 확산 등으로 석유 난로 수요가 줄어들자 해외사업을 확대했다. 특히 일교차가 심한 중동 지역을 공략했다. 그 결과 2000년대부터 일본산 난로를 제치고 중동 현지 1위 석유 난로 기업으로 성장했다.
파세코가 제조하는 심지식 난로는 미국과 중동을 비롯해 유럽에 이르기까지 많은 국가에 수출하며 세계시장 점유율 60%를 차지했다. 파세코는 1995년 1000만달러 수출탑, 2004년 5000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파세코는 해외 매출 비중이 높다. 글로벌 맞춤형 전략을 펴고 중동, 북미, 유럽 등 세계 40여개국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해외 매출 비중이 60%에 달했다. 다만 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 사업 비중이 많이 늘었다.
파세코는 제품 연구개발(R&D)에 많이 투자한다. 이 때문에 가전 업계 최초 제품을 다수 만들어 냈다. 국내 최초 가스 쿡탑과 쌀 냉장고 개발·출시했다. 12년 전 업계에서 처음으로 의류 관리기를 개발한 것도 파세코다.
이는 1994년부터 기업부설 연구소를 설립, 매년 전체 매출의 2%를 R&D에 투자한 결과다. 연구 결과는 지식재산권으로 등록해서 관리하고 있다. 2020년 11월 말 기준 수십여건 이상 특허,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상표권 등을 보유하고 있다.
파세코는 국내 유력 가전 회사의 위탁 생산을 오랜 기간 진행해 생산 노하우도 남다르다. 삼성전자, 바디프랜드 등과 협력해 제품을 생산해왔다.
이제 파세코는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갖춘 종합 가전사를 지향한다. 최근에는 건설사, 가전사 등과 기업간 거래(B2B) 사업 중심에서 최근 기업과 소비자간거래(B2C) 비중을 늘리고 있다.
2019년부터 파세코는 '창문형 에어컨 전문 기업'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업계 최초로 세로형 창문형 에어컨을 개발, 출시해 '공전의 히트'를 쳤기 때문이다. 파세코는 지난해에만 창문형 에어컨을 총 10만대 이상 판매했다.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했다. 올해 성능을 개선한 신제품 출시와 함께 공격적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강점과 기회
파세코의 가장 큰 강점은 '남다른 제품 기획력'이다. 매해 R&D 투자에 힘을 실으며 업계 최초 제품을 다수 만들어 낸 비결이다.
'메가 히트'를 친 세로형 창문형 에어컨이 대표 사례다. 2019년 5월 파세코가 세로형 창문형 에어컨을 최초로 선보이고 국내 시장을 형성했다. 파세코 독주를 경계하기 위해 지난해 다수의 가전 업체가 창문형 에어컨 시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파세코는 업체 최초 BLDC(Brushless DC) 모터를 적용한 써큘레이터,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폴더블 방식의 '접이식 써큘레이터' '접이식 DC팬' 등 차별화한 제품 기획력으로 신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파세코는 기존에 없던 시장을 새롭게 일구고 주류 시장으로 키워온 노하우가 상당하다. 다양한 신가전으로의 사업 확대가 기대된다.
파세코가 다른 중소, 중견 가전업체와 달리 국내 생산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오랜 기간 다양한 영역의 제품을 B2B로 국내 생산, 납품하면서 체득한 생산 노하우가 뒷받침 됐다.
오랜 시간 구축한 해외 시장 인프라도 파세코의 장점이다. 현재 파세코 난로는 미국, 유럽, 러시아 등 수십여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캠핑족이 대폭 늘어난 점도 파세코에는 기회 요소다. 겨울 캠핑족에게 난로가 필수다. 파세코 겨울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심지 난로는 높은 화력을 보이면서도 냄새가 거의 없어, 난방 공간이 비좁은 사업장, 캠핑용으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코로나19로 가전제품 수요가 폭증하면서 파세코는 B2B 기업에서 B2C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소형가전 수요가 지속 높아지는 상황은 파세코에 긍정적이다.
■약점과 위기
파세코는 국내에서 B2C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지만 아직 시작 단계다. 대기업 가전 위탁생산, 건설사와 협업, 해외 시장 위주로 사업을 펼쳐온 파세코는 앞으로 국내 시장에서 어떻게 인지도와 브랜드 충성도를 높일지가 관건이다.
파세코가 일궈낸 시장에 중견기업, 대기업이 잇따라 진출하는 점도 위협 요소다. 파세코가 시장을 만든 국내 창문형 에어컨 시장에 올해 삼성전자, 위니아딤채, 쿠쿠 등이 뛰어들었다. 여전히 파세코가 창문형 에어컨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시장 지배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대기업들이 소형가전 사업에도 관심을 갖고 있어 향후 이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점쳐진다. 파세코는 독보적인 기술력과 제품력으로 틈새 시장을 노리는 차별화 전략을 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스 쿡탑, 창문형에어컨, 난로라는 제한된 시장에서 나아가 보다 다양한 '히트 제품'을 탄생시켜야 하는 것도 파세코의 과제다.
■파세코 실적 추이
파세코는 최근 4개년간 매출이 꾸준히 증가했다. 수익성도 견조하게 개선됐다. 파세코 매출은 2017년 1213억원, 2018년 1494억원, 2019년 1804억원, 2020년 1981억원을 기록하며 연평균 20% 내외 성장세를 보였다. 영업이익률도 2017년 3.21%, 2018년 3.55%, 2019년 5.98%, 2020년 8.5%로 가전 기업으로선 상당히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
창문형 에어컨을 출시하기 전 파세코는 난로 해외 실적이 전체 매출을 좌지우지할 만큼 계절성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창문형 에어컨, 서큘레이터 등 계절가전 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계절적 리스크가 크게 완화됐다. 분기별 매출이 고르게 분포되고 있다.
파세코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B2C 가전, 1인 가전, 계절 가전 등 연구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며 종합 가전 기업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