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작업이 길어지고 있다. 4·7 재보선 승리 분위기를 대선까지 이어가기 위해 통합 필요성을 공감한 두 당이었지만, 3개월이 넘도록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 제1야당인 국민의힘 경선 시기가 다가오면서 결국 합당 없이 각자 행보를 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20일 국회 본청에서 합당 관련 양당 실무협상단 회의를 진행했지만, 진전있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실무협상단장은 “오늘 양당은 많은 이야기를 했으나 결론에는 도달하지 못했다”며 “양당 집행부에 보고하고, 여러 과정은 다시 국민의당과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권은희 국민의당 실무협상단장도 “오늘 논의에서 합의된 사항은 없다”며 “성일종 국민의힘 단장이 얘기했듯 국민의힘은 조금 더 내부 소통이 필요한 상황이 있어 관련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양당은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순탄치 않은 모습이다. 지난 협상에서 △당 기구, 대통령 선출 규정 추가 조정 △정강 정책 변화 등 합의 사안에서 소위 구성 논의 등을 논의했지만, 이후 추가적인 협의 사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정치권은 본격적인 대선 정국에 접어들면서 두 당의 입지가 크게 달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합당 논의 초기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오세훈 서울시장과 최종 단일화에 나서면서 국민의당 입지가 올라섰지만, 지금은 그 효과가 많이 희석됐다는 분석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재보선 승리 이후 기세가 계속 오르고 있다. 유례없는 흥행을 거둔 전당대회를 통해 이준석 당대표 체제가 출범했고. 이후 20~30대 중심 입당이 늘고 있다. 특히 대선주자들의 출마가 줄을 잇는 것이 결정적이다. 유승민 전 의원, 홍준표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하태경 의원, 황교안 전 대표 등 현재 국민의힘 대선 경선 출마를 예고한 주자들이 두자리 수를 넘었다.
최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입당도 국민의힘 입지를 키웠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당내 주자들의 대거 출마와 당밖 유력 주자 합류까지 겹치면서, 이준석 대표가 주장해 온 '경선버스 정시 출발'의 초기 단계가 완성됐다는 평가다. 당내 자강론을 주장하던 진영 입장에선 이미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야권 빅텐트가 구성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변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행보다. 현재로선 두 주자의 행보가 국민의힘 입당보다는 독자세력을 구축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독자적으로 유세 활동을 벌이다 국민의힘 경성이 끝나는 11월 경에 최종 단일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사실상 제3지대 등장이다. 이 경우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이 늦어지는 상황까지 겹치면 안철수 대표의 등판 가능성도 커진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최근 청년당원 확대와 대선 주자 대거 출마까지 좋은 분위기를 타고 있는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당명 교체 등의 명분이 없어진 상황”이라며 “정권 교체를 위한 야권 단일화는 필요하지만, 굳이 현재 국민의힘의 브랜드를 포기하면서 무리할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실무협상단은 집행부 보고 이후 정례 회의 이외에 수시 소통 채널을 열어 논의를 진전시키기로 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