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한화생명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으로 출범한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부실한 내부 IT시스템 운영으로 논란이 확산일로다.
GA업계 1위 초대형 판매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와 달리 중·소형사 수준 영업·교육 시스템조차 갖추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잦은 전략 변경으로 일선 영업 인력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자회사형 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출범한 지 100일이 지났지만 원수사 전산연계, 업무지원 매니저 등 부족으로 설계사 업무에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올해 4월 한화생명 자회사형 GA로 출범했다. 출범 당시 총자본 6500억원, 임직원 1300여명, 보험설계사 1만9000명을 보유해 업계 1위 규모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기존 원수사인 한화생명을 비롯해 9개 손해보험사 상품을 판매한다.
하지만 최근 전산연계 관련 내부 설계사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전속 설계사 조직에서 GA로 전환하면서 다른 보험사 상품을 판매해야 하는데 기초적인 전산 시스템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업무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증언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김준희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장은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초대형 GA임에도 한화생명을 제외한 손해보험사와 전산연계, 업무지원 매니저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일선 설계사 불만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일부 설계사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산연계는 실제 설계사 업무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고객과 상담을 할 때 비교분석 등을 위해 가설계를 하는데, 전산연계가 돼 있지 않으면 본설계 때 이전에 입력한 내용을 다시 설계사가 일일이 입력해야 한다. 외형상 국내 최대 GA를 표방했지만 내부 시스템은 1990년대 중소기업보다 못한 IT시스템을 구동,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통상 대형 GA의 경우 설계사 전용 플랫폼 등을 개발하면서 판매 제휴를 맺은 원수사와 전산연계 과정을 거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영업 계약 등에 필요한 태블릿 기기 등에서 수시로 장애가 발생, 업무 자체가 멈추는 사태도 비일비재 하다.
김 지회장은 “전산연계가 되지 않아 이를 설계사가 일일이 입력해야 하는데 회사 간 시스템이 상이하고, 이를 지원할 업무지원 매니저 등 부족으로 업무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교차 판매에 대한 직원 불만도 폭증하고 있다. GA로 출범하면서 한화생명 외에 손보사 상품도 판매해야 하는데 이와 관련 업무가 상당히 가중되고 있다는 이유다.
익명의 한화생명금융서비스 관계자는 “출범 전 자회사 전환 이후 업무량 증가가 없다는 회사 측 약속에도 손보사 상품 교차 판매로 인한 추가 업무로 직원 상당수가 상당한 부담을 가지고 있다”면서 “준비된 출범이란 말과 달리 전략 역시 시시각각 변하고 있어 직원들의 피로도가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한화생명 관계자는 “현재 시스템상 전산연계 부분이 잘 반영됐다”면서 “모든 서비스가 원활하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47개 지역단을 중심으로 손보 대응센터를 통해 업무지원도 하는 상황으로 설계사 노조 측 주장은 억측에 가깝다”고 반박했다.
인력 불균형 문제도 심각하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인력 여유가 없어 업무 과부하와 사기 저하 등이 표출되고 있지만 한화생명 본사는 인력이 남아 돌아 조직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출범이 시장을 역행하는 한화 경영진의 독단 분리라는 말까지 나온다.
보험사 선두주자인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등은 오히려 전속조직을 강화하며 한화생명과 정 반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비효율적 사업 체제를 밀어붙인 데에는 김승연 한화생명 회장의 차남 김동원 부사장의 능력 부족 비판도 제기된다.
핀테크업계 고위 관계자는 “차남이 '핀테크'라는 추상적인 브랜드로 한화생명 핀테크 기반 IT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지만 그간의 성과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며 “한국의 족벌체제 운영 선두주자인 한화생명이 시장 역행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폐해로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출범을 꼽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