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면서 법안 통과 초읽기에 들어갔다. 부처 간 협의 실패로 중복규제 우려도 있지만 최종 통과에는 무리가 없다는 게 국회 안팎 전망이다.
법안의 상임위 통과는 독점 사업자의 특정 결제방식 강제에 대한 거부감과 산업 피해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결과다. 인터넷 업계와 앱 개발사는 물론 창작자까지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화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기에 이 같은 결정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잇따른 반대 목소리, 상임위 통과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은 지난해 10월까지 관련 법안이 7개나 발의됐지만 과방위 제2법안소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세 차례 소위에서 통상마찰을 우려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미온적 태도 때문에 처리가 불발됐다. 안건에서 빠져 논의조차 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구글은 법안 처리가 가시화될 때마다 반값 수수료 정책 등을 내세우며 '특정 결제수단 강제'라는 본질을 흐렸다. 최근에는 신청 기업에 한해 인앱결제 적용 시기를 6개월 유예한다고 밝혔다. 인터넷 업계는 본질을 흐리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법안 처리가 차일피일 미뤄지자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한국웹소설산업협회 한국웹툰산업협회 등 8곳의 웹툰·웹소설 협회가 법안 처리 촉구 성명을 발표했다. 창작가들까지 가세하자 한동안 주춤했던 더불어민주당이 법안 처리 고삐를 쥐기 시작했다. 과방위가 법안을 통과시킨 배경이다.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우리 국회가 글로벌 기업의 갑질을 법으로 제재한 대표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글로벌 기업은 독점 지위와 영향력을 앞세워 국내 이용자와 산업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다양한 이슈를 유발하고 있다.
서비스 안정성 확보를 의무화하는 넷플릭스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이 시행되고 망 이용대가 공방이 벌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은 산업계와 창작자 반발에 여러 국회의원이 적극 힘을 보태 추진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우리나라 법 시행을 계기로 미국과 인도 등에서도 플랫폼 기업의 반독점 소송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법안 통과, 선택의 자유 가져와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수수료 장사라는 비판이 거세다. 국내 앱 마켓 시장 80%를 차지한 구글이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시행하면 앱 개발자(사) 매출 감소는 물론 콘텐츠 가격 인상에 따른 이용자 피해, 이용률 저하에 따른 창작자 수익 저하 등 산업 피해가 예상된다.
유병준 서울대 교수에 따르면 인앱결제 강제와 수수료 인상을 통해 2021년 연간 약 2조1127억원의 콘텐츠 산업 매출 감소, 노동인력 1만8220명 감소가 생길 전망이다. 유 교수는 2025년 국내 모바일 콘텐츠 산업 매출은 5조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 시행되면 앱 개발사들은 구글 결제시스템을 포함한 여러 결제시스템 중 자사에 맞는 시스템을 선택하면 된다. 다른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비싼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월 열린 '구글 인앱결제 긴급토론회'에서 다른 전자지급결제사업자(PG) 수수료가 통상 2.8%라고 밝혔다. 업계는 많아도 5% 미만으로 추정하는데 인앱결제 30%와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본회의 통과 서둘러야
법안은 법사위, 본회의를 거쳐 공포·시행된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여당이 단독으로라도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어서 낙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이달 내 2차 추경안 심사가 있어 상임위부터 본회의까지 통과가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최근 미국 대사관 관계자들이 국회 방문을 예정했다가 취소한 것처럼 구글이 미국과 통상마찰을 앞세워 막바지 압박을 가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 경우 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처리 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한번 처리 시기를 놓치면 자칫 장기화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빠른 시점에 법안이 처리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구글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지리한 공방이 이어질 수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구글이 다른 결제시스템 이용 개발사 앱을 차별하는지 감시하는 것이 남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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