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계가 지역 상권의 반발에 부닥쳐 아웃렛과 백화점 개점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제주와 대전 지역 상인들이 사업조정을 신청하며 발목이 잡혔다. 신규 출점 때마다 대형 유통업체와 소상공인 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중소벤처기업부는 사업조정제도 전반에 걸친 개편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출점에 따른 소상공인의 실제 피해 규모를 더 정확히 산정,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출점 예정이던 신세계사이먼 아웃렛 제주신화월드점과 신세계백화점 대전엑스포점 모두 사업조정 절차에 들어갔다. 제주 아웃렛의 경우 제주칠성로상점가 등 제주도 내 8개 상인단체, 대전 백화점은 대전마트협동조합이 중기부에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대규모 점포 출점으로 인근 상권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제주신화월드에 들어서는 신세계사이먼 매장은 도내 첫 프리미엄 아웃렛이다. 그만큼 지역 반발이 거세다. 관련법에 따라 상권영향평가도 마쳤지만 주변 상인들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여름 성수기 개장도 어려워졌다. 애초 오픈 예정일은 이달 22일이었다.
대전 사이언스콤플렉스에 들어서는 신세계백화점도 대전마트협동조합의 반발로 사업조정 절차를 앞뒀다. 아직 자율협의 진행 이전이지만 대규모 상업시설인 만큼 인근 상권과의 협상에 진통이 예상된다.
이처럼 대형 유통업체의 신규 출점이 사업조정에 발목을 잡히는 일은 반복됐다. 최근 문을 연 여의도 더현대서울, 남양주 현대아웃렛, 이랜드 NC신구로점, 갤러리아 광교점 모두 사업조정 절차를 겪었다. 다음 달 개점하는 롯데백화점 동탄점 역시 사업조정을 거쳐 지역 상권과 협의를 마쳤다.
특히 제주신화월드 신세계 아웃렛은 이미 두 차례 자율조정회의를 진행했지만 소득 없이 끝났다. 내륙과 비교해 신규 출점이 많지 않고, 도 전체를 하나의 상권으로 보는 지역 특성상 협의점 도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다른 사업조정 사례와 비교해 대기업과 소상공인의 갈등이 더욱 첨예하다.
중기부는 자율협의 최종 결렬에 대비, 조정 절차 준비에 들어갔다. 중기부에서는 그동안 통상적으로 이뤄지던 사실조사가 아닌 전문 연구기관을 통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중기부에서는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신규 점포 입점에 따른 소상공인의 명확한 피해 여부를 산정하기 위한 방법론을 새롭게 들여다볼 계획이다. 예컨대 유통산업발전법에서는 대형마트의 경우 반경 3㎞ 이내가 상권영향평가 대상이다. 반면 아웃렛의 경우 명확한 범위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법에 규정된 범위 밖에 소상공인까지도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렇다 보니 자율협약 과정에서도 피해 여부를 정확하게 가르기가 쉽지 않다. 사업조정 대상 지역 범위부터 업종 구분, 이에 따른 실제 피해 여부 산정 방식 등을 제주 지역에 대한 실태조사를 계기로 다시 면밀하게 들여다본다는 것이 중기부 방침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그동안 사업조정 제도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았고, 소상공인의 피해 여부를 정확하게 산정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면서 “이번 조사는 개별 사안으로 국한하지 않고 향후 사업조정 제도 개편을 위한 정책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