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대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기업에 투자금이 대거 몰렸다. 모태펀드 활성화로 민간 펀드 참여가 증가하면서 풍부한 자금이 유니콘 기업에 대거 유입됐다. 투자 규모뿐만 아니라 후속 투자 속도까지 빨라지고 있어 '데카콘(기업가치 10조원 이상 비상장사)' 기업 진입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유니콘 기업 진입 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해 '좀비콘' 수순을 밟는 기업도 있다.
◇유니콘 기업에 몰린 투자
중소벤처기업부가 밝힌 올해 신규 유니콘 기업은 직방, 두나무, 컬리 세 곳이다. 부동산 플랫폼 기업 '직방'은 벤처투자기관 간 구주거래를 통해 기업가치를 약 1조1000억원으로 인정받아 유니콘에 등극했다. 비상장주 거래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과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한화투자증권이 583억원을 투입해 지분 6.15%를 확보하면서 1조원 규모 기업가치를 입증했다. 마켓컬리 운영사인 컬리는 2254억원 규모의 '시리즈F' 투자 유치를 완료하면서 유니콘에 입성했다.
이들 외에 기존 유니콘 기업의 대규모 후속 투자유치 소식도 잇따랐다. 특히 국내 여행 플랫폼 기업 '야놀자'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비전펀드Ⅱ로부터 2조원 규모 투자를 받아 주목받았다. 이는 국내 스타트업 상반기 전체 투자금액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야놀자는 이번 투자유치로 단숨에 10조원 이상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데카콘 기업에 등극하게 됐다. 2019년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으로부터 투자금을 받을 당시 1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유니콘기업에 올랐는데 불과 2년 만에 몸값이 10배 뛴 것이다.
야놀자에 이은 차기 데카콘으로는 올해 상반기 4600억원 투자를 유치한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가 유력하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해에도 2060억원 투자를 유치해 국내 스타트업 가운데 가장 많은 투자금액을 확보한 곳이기도 했다. 올해 대규모 투자에 또 성공하면서 국내 핀테크 기업 최초로 데카콘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엑시콘' 향해 뛰는 유니콘
국내 유니콘 기업은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을 통해 '엑시콘'으로 화려하게 비상하기 위해 전력질주하고 있다. 중기부에 따르면 국내 유니콘 진입 이력이 있는 기업 23곳 가운데 엑시트에 성공한 기업은 총 8곳이다. 인수합병을 통해 엑시콘이 된 기업은 우아한형제들과 CJ게임즈 두 곳이고, 그 외 6곳은 IPO를 통해 엑시콘이 됐다. 그 중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한 쿠팡만이 유일하게 해외 증시에 성공했고, 그 외에는 국내 증시에 진입했다.
현재 유니콘 기업 15곳 가운데 IPO를 추진하는 곳은 절반 정도로 파악된다. 이중 야놀자, 비바리퍼블리카, 크래프톤, 마켓컬리, 두나무, 쏘카, 티몬 등이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며 IPO 준비에 본격 돌입했다. 이들 유니콘들은 IPO 시장 '최대어'로 꼽히고 있다. 특히 크래프톤 기업가치는 30조원 안팎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벤처캐피털(VC) 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니콘 기업이 높은 비용과 저평가 가능성이 높은 탓에 미국 상장보다는 국내 증시 상장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서 “정부에서도 각종 유인책들을 계속 내놓으면서 미국 나스닥 상장에서 국내 시장 상장으로 선회하는 기업이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엑시콘'과 멀어지는 유니콘
유니콘 기업 가운데서도 기업가치 1조원 돌파 이후 성과를 내지 못해 엑시트와 멀어지는 곳들도 생겨나고 있다. 옐로모바일은 2015년 6월 유니콘 기업에 등극한 뒤 인수합병(M&A)에 나서며 기업가치가 한때 4조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무리하게 몸집을 키우면서 수십 건 소송에 휘말렸고 3년 연속 감사의견을 거절당하는 등 존속이 불투명한 상태로까지 추락했다. '좀비콘' 전락이 우려되는 곳이다.
마스크팩 브랜드 '메디힐'로 유명한 엘앤피코스메틱 역시 2019년부터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마스크팩 제품 등이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직격탄을 맞으면서 위기를 맞았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기면서 '뷰티사이언스센터'도 개관 2년 만에 폐관했다. 이 외에 2015년에 유니콘 기업이 된 위메프도 영업 적자를 기록하며 엑시트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유효상 숭실대 교수는 “어렵사리 유니콘 반열에 올라도 조기에 엑시트를 못해 명맥만 유지하는 영원한 유니콘은 결국 좀비콘이 될 수 있다”면서 “국내 많은 유니콘 기업이 엑시트 관문으로 IPO뿐만 아니라 일찌감치 M&A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 국내 기업가치 1조원 돌파 이력기업 및 현재 유니콘기업 현황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