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트윈을 왜 하는가. 시뮬레이션을 위한 용도일 수도 있고 즉각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것일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목적이다. 어떤 기술을 사용하는지, 어떻게 보이는지는 그다음 문제다”
영국 디지털 프레임워크그룹 마크 엔저 의장의 지극히 '당연한' 발표에 공간정보 국제콘퍼런스 참석자들의 열기가 뜨거워졌다.
평소 발표자나 패널이 발표하고 한두명 질의응답을 하는 컨퍼런스와 달리 온라인 행사임에도 너도나도 발언기회를 달라해, 행사를 종료하기 힘들었을 정도였다.
이날 많은 참석자가 무릎을 친 부분은 바로 '무엇이 중요한가'다. 우리는 첨단 기술을 먼저 만든 다음 활용도를 찾는 반면에 영국은 명확한 목적을 세우고 수단을 만들어 온 것이다.
목적이 있기 때문에 디지털트윈이 곳곳에서 사용되고 이제는 이들을 생태계로 연결하는 고민까지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어떤 정책이든 목적이 명확해야 한다. 목적이라는 방향타를 잃으면 사업은 표류할 수밖에 없다. 디지털 뉴딜 대표 과제로 화려하게 떠올랐다 기술 논쟁으로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차세대 지능형교통체계'(C-ITS) 사업이 딱 그 형국이다.
C-ITS 사업은 차량 간, 차량과 인프라 간 정보 공유를 통해 '안전'을 강화하는 사업이다. 센서에만 의존할 수 없는 자율주행자동차의 안전 강화는 물론 단말기를 장착하면 일반차량도 차량 주변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한국판 디지털뉴딜 사업으로 애초 계획보다 빨리 C-ITS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불과 1년도 안 돼 기획재정부는 이를 뒤집고 기술 실증 비교를 한 후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장하는 C-V2X를 실증해 국토교통부가 실증해 온 웨이브 방식과의 비교부터 해야 한다. C-ITS의 궁극적 목적인 '안전'보다 기술이 먼저인 상황이 됐다.
시계를 20년 전으로 거꾸로 돌린 느낌이다. 하이패스 시스템을 두고 인식률이 뛰어난 무선주파수(RF) 방식과 저렴하고 배터리 소모가 적은 적외선 방식이 대립했다. 결국 둘 다 채택하면서 선택은 소비자에게 맡겼다. 당시 수년간의 논란 끝에 결론은 “기술 표준 논란은 정작 소비자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는 깨달음”이었다. 그 덕분에 톨게이트 정체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이나 불편함을 줄일 수 있었다. 무엇을 우선에 둬야 할지 정책담당자는 다시 한번 되돌아보길 바란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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