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홈쇼핑 송출수수료 제도 개편에 나섰다. 새로운 산정식에 기반해 홈쇼핑과 유료방송사업자 간 1차 협상을 진행하고, 결렬 시에는 최고가 경쟁입찰 방식의 경매를 진행, 가장 높은 수수료를 제시한 사업자에 채널을 부여한다는 게 골자다.
이 경우 송출수수료가 지금보다 더 높아질 공산이 크다.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어 홈쇼핑 업계의 반발도 예상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TV홈쇼핑·T커머스 12개사와 인터넷(IP)TV, 케이블TV 등을 대상으로 이 같은 내용의 송출수수료 개편안을 제시하고 의견 수렴에 나섰다. 그간 홈쇼핑 송출수수료 제도 개선을 위한 상생협의체 구성, 토론회 등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정부가 구체적 개편안을 내놓은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핵심은 송출수수료 협상 시기를 이원화하고 정부가 구체적 수수료 산정 기준을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가이드라인은 협상 요청 기한과 방법, 최소 협의 횟수만을 정해 놓고 기업 간 자율 협상에 맡기고 있다. 여기에 후속 협상 절차를 위한 경매 제도를 도입, 허가 산업인 홈쇼핑 채널 사업자의 자유로운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에 과기정통부가 제시한 1차 협상 방식은 매출 변동률, 물가상승률, 조정계수만을 고려해 수수료를 산정한다. 송출수수료 산정식은 '전년도 송출수수료 금액×(1+물가상승률+당해 홈쇼핑 방송매출액 변동률+당해 홈쇼핑 모바일매출액 변동률×해당 유료방송사 가입자 점유율)×조정계수'다. 조정계수는 양측 간 협의를 통해 90~110% 구간 내에서 결정한다.
1차 협상에서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2차 협상은 경매에 부친다. 특히 기존 홈쇼핑 사업자뿐만 아니라 신규 진입을 희망하는 사업자도 포함해 채널 경쟁입찰을 진행한다. 1차 협상과는 관계없이 사업자별 희망 입찰가를 유료방송사업자에 제출하고 최고가를 적어낸 업체에 채널을 부여한다.
경매는 1차 협상에서 협의된 채널을 제외한 전 채널에 대해 동시 진행한다. 다만 무분별한 신규 진입을 막기 위해 최저 제안 금액을 설정했다. 송출수수료 산정식 중 조정계수를 제외한 값의 90%를 최저경쟁가격으로 정한다. 이에 따라 경매에 부치더라도 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는 일정 금액 이상의 송출수수료 수익이 보장될 수 있게 된다.
이번 개편안에 홈쇼핑 업계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산정 기준은 구체화됐지만 홈쇼핑사는 사실상 협상력을 상실하고 더 많은 송출수수료 부담을 감내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사업 기반 자체가 방송 채널에 있는 만큼 경매까지 끌고 가기에는 경영 안정성 측면에서 위험 부담이 크다”면서 “결국 1차 협상에서 방송 플랫폼에 유리한 조정계수 범위로 협상 주도권을 넘겨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정부는 채널 경쟁이 있을 경우 수수료 산정식에 기반을 둔 사업자 간 자율 협상을 최대한 보장하지만 경매 절차에서는 투명성·공정성 여부에 대해서만 개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르면 다음 달 양측 실무단을 꾸려 구체적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아직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며, 현재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단계”라면서 “내부 검토 중인 다양한 방안 중 하나로, 이르면 다음 달 양측이 참가하는 실무반을 구성해 송출수수료 산정 기준에 대한 구체적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협상시기 이원화·산정기준 마련
-
박준호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