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Metaverse)가 전 세계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 테크 기업은 메타버스 관련 서비스 출시에 주력하고, 기업들은 잠재 고객을 붙잡기 위해 메타버스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가 합쳐진 말로, 현실을 초월한 가상 세계를 뜻한다. 메타버스 세상에서는 아바타들이 소통하고, 문화생활을 즐기고, 일하고, 경제 활동도 할 수 있다. 비현실적인 가상 세계가 아닌, 또 다른 현실 세계인 셈이다.
메타버스 열풍은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강하게 불어오고 있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디지털 세상을 접해왔고, 가상 공간에서 활동하는 것도 익숙하다. 과거에도 메타버스는 존재했다. 도토리를 가상 자산으로 삼아 미니미를 꾸몄던 싸이월드가 그 예다. MZ세대에게 가상 공간에서의 자아는 현실 세계의 자아만큼 중요하다.
특히 MZ세대가 가지고 있는 '멀티 페르소나(다중적 자아)' 특성은 메타버스 생태계를 확장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 특성은 MZ세대가 SNS를 이용할 때 여러 개의 부계정을 운영하는 행태에서 엿볼 수 있다. 그들은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에서 자신의 일상을 올리는 본계정과, 관심사나 취향별 부계정을 별도로 분리해 운영하며 여러 개의 각기 다른 자아로서 활동한다. 카카오가 카카오톡 프로필을 3개까지 추가할 수 있는 '멀티프로필 기능'을 출시한 것도 이같은 MZ세대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다.
이러한 멀티 페르소나의 특성은 '부캐 놀이'라는 MZ세대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방송인 유재석은 가상으로 설계된 '부캐(부 캐릭터)'로 인기를 끌었다. 트로트 가수 '유산슬', 혼성 그룹 가수 '유두래곤', 소속사 대표 '지미유', 음악 프로듀서 '유야호' 등 부캐로 등장한 캐릭터만 10여 개다. 이외에도 '래퍼 마미손', '카페사장 최준', '아이돌 매드몬스터' 등 다양한 부캐들이 큰 사랑을 받으며 잡지와 광고 모델로도 활약하고 있다. 현실과 가상,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가상 세계관에 푹 빠진 MZ세대에게는 가상 인플루언서도 낯설지 않다.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가 공개한 버츄얼 인플루언서 '로지(Rozy)'는 2만 명 이상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신한 라이프 TV 광고 모델로도 출연하며 파워 인플루언서로서 활동하는 중이다.
SM엔터테인먼트가 선보인 메타버스 걸그룹 '에스파'는 실존 인물 4명에 멤버별 가상 캐릭터 4명을 더해 총 8명으로 구성됐다. 에스파 유튜브 구독자는 220만 명을 돌파했을 정도로 빠르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
틱톡이나 유튜브처럼 1인 미디어 플랫폼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특히 가상 캐릭터를 앞세운 '버츄얼 유튜버'는 일본과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며 새로운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전세계 슈퍼챗(유튜브 후원 시스템) 모금액 상위 20명 중 15명이 버츄얼 유튜버다. 그 중 1위를 기록한 키류 코코가 지난해 슈퍼챗으로 거둬들인 수익은 한화로 16억 7600만 원이 넘는다.
국내 유튜버 사이에서도 버츄얼 유튜버 열풍이 부는 조짐이다. 최근에는 구독자 66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 강지가 버츄얼 캐릭터를 공개하며 버튜버 데뷔를 선언했다. 해당 영상 조회수는 67만 회가 넘는다.
이 외에도 최근 소통 기반 스트리머 '하나나'와 게임 크리에이터 '우주최강올라프' 등 많은 유튜버들이 버츄얼 캐릭터를 공개하며 활발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또 니지산지KR 소속 '신유야'가 지난 6월 한 달간 슈퍼챗으로 1600만 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며 국내 버튜버 인기를 증명했다.
가상 캐릭터의 성장이 두드러지면서, 관련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버츄얼 캐릭터 소속사가 생기는가 하면, 국내에서 버츄얼 유튜버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업체도 나타났다.
버츄얼 유튜버 서비스 '미츄' 관계자는 "유튜브를 포함한 방송 플랫폼에서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싶지만 사생활 보호를 위해 얼굴을 공개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버츄얼 유튜버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며 "버츄얼 캐릭터는 현실 세계의 자아와 온라인 공간에서의 자아를 분리시켜 크리에이터의 정체성을 마음껏 뽐내고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수단이 된다"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